드래곤 에이지/DAI: Codex 131

엘가난: 만물의 아버지

아주 오래전, 시간조차 갓 태어났을 그 옛날, 그곳에는 오직 태양과 대지만이 존재했다. 호기심을 느낀 태양이 대지를 향해 머리를 숙이자, 그들이 서로 닿은 자리에서 엘가난이 탄생했다. 태양과 대지는 아름답고 총명한 엘가난을 매우 사랑했다. 엘가난에게 주는 선물로 대지는 하늘과 땅에서 수많은 새와 짐승들을 태어나게 하였고, 수많은 녹색의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냈다. 엘가난은 어머니의 선물을 너무도 사랑하였다. 그는 그들을 칭송하며 그 사이를 거닐었다. 비옥해진 대지를 바라보던 태양은, 엘가난이 대지의 창조물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질투에 휩싸였다. 태양은 얼굴을 대지에 가까이 숙여, 대지가 창조한 모든 피조물을 불태워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대지는 슬픔과 고통으로 갈라졌고, 자신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잃..

마법사

마법사들은 괴물이나 악마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단지 그들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 능력이 극히 일부에게만 주어져 있다는 부분이 다를 뿐이다. 어떤 이들은 모든 마법사의 목에 칼을 겨누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모든 마법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항상 자신들의 목을 언제든 내려칠 수 있는 칼날을 마주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마법사들이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불덩어리를 던져 성기사단의 공격에 응수하는 배교자들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어디서 배웠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양성소의 우리들은, 연습 없이 얻어지는 기술은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마법사와 싸우게 된다면, 제압당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까이 접근해야..

할람시랄로 가는 여정

우리 중 고작 예순다섯 명만이 할람시랄에 도착했다. 일부는 포기했다. 다른 일부, 특히 어린 아이들은 병에 걸렸다. 도적단이 우리를 쫓았다. 어머니를 뵐 낯이 없었지만, 음식을 훔쳐야 했다. 어떤 아이가 빵조각 때문에 나에게 싸움을 걸었다. 며칠 후, 그 아이의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고, 나는 아이를 업고 수 마일을 걸었다. 아이는 내 품 안에서 부들부들 떨며 죽었다. 나에게도 한때 주인이 있었다. 그는 마법사였고, 나를 때리지도 않았으며 좋은 음식을 먹여 주었다. 심지어 내게 회계를 맡기기 위해 글 읽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시험해 보고 싶은 이론이나 주문이 생길 때마다, 다른 하인들을 시켜 나를 기둥에 묶고는, 단검을 꺼내 내 피부에 박아넣고는 했다. 나는 너무나 두려웠다. 그럴 때..

노예들의 비밀 언어

높은 문맹률에도 불구하고, 테빈터의 노예들은 그들만의 작은 상형문자 체계를 발전시켰다. 이들은 이 문자를 벽이나 가구 밑, 그들의 무심한 주인이 발견하지 못할 곳에 새겨두고는 한다. 지역에 따라 많은 변형이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해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한 도시에서는 주먹 쥔 손 그림이 매우 잔인한 주인을 상징하는 것이고, 다른 도시에서는 같은 그림이 가혹하지만, 폭력적인 성정을 가지지는 않는 노예상인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배층은 노예들의 기분이나 공포심 등에 대체로 무관심하기 때문에, 이 그림으로 된 은어 체계는 그들 사이에서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된다. 그렇기에, 어설프게 그려진 문양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오해가 벌어져 똑똑한 노예들이 참수형을 피하고자 허둥대며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하..

안드루일의 전령

오래전, 우리 민족이 강하고 자유로웠을 때, 우리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산토끼의 어머니인 안드루일 님에게서 자연과 창세자가 만드신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비록 대지는 우리의 것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오용하지 않았다. 위대한 지도자들은 안드루일 님의 인도를 받고자 기도를 올렸다. 어디에서 사냥하면 좋겠습니까? 할라를 어디서 키우면 좋을까요? 어디에 정착할까요? 안드루일께서는 전령인 올빼미를 보내어, 그들을 축복받은 땅으로 인도했다. 고귀한 올빼미를 항상 주시하도록 해라. 혹시 모르지 않느냐, 안드루일께서 너희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을지도 모르니. —수호자 기샤렐이 랠러피린 부족의 아이들에게 말해준 내용 더보기 Long ago, when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