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에이지/DAI: Codex 131

매지스터에게 필요한 것 / 실종된 노예

사랑하는 언니에게, 오랜만이야 언니, 언니한테는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언니가 해 준 조언은 완벽했어. 돈을 써서 몇 가지 소문을 퍼뜨렸을 뿐인데, 금세 민라투스의 모든 사람이 퀴리누스와 내가 아주 무시무시한 경쟁 관계라고 생각하던걸. 덕분에 잠깐이나마, 그 남자의 끔찍한 가족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연애를 즐길 수 있었지. 슬프게도, 퀴리누스는 그리 완벽한 남자는 아니었어. 걔가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던 걸 나한테 들켰지 뭐야. 그것도 소포라티 따위랑 말이야. 나로서는 별수 없었어. 말다툼 도중에 그놈 얼굴에 끓는 물을 확 끼얹어 버리는 수밖에. 상처에다가 소포라티 애인의 뽀뽀라도 받으라지. 걔는 지금 집구석에 찌그러져서, 결투하다 다친 척하고 있어. 틀림없이 복수하러 올 거야. 걱정하지 마, 언니...

관문을 지키는 자들

내가 사막을 걷고 있을 때,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갑옷을 입은 형상이 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뾰족한 게 달린 조각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가까이 가보니 이 기만적인 우상은 거대하고 우아한 용사로 변모하여,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칼날 달린 지팡이를 내 쪽으로 겨누어왔다. 내가 있는 위치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내 코앞에서 원시적 마법이 불타고 있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이 강력한 골렘에게 자비를 구했다. 무장한 형체는 하늘을 뒤흔들고 별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은 계속 살아가기 위한 마법을 찾고 있으며, 대지의 피로 여태까지 생명을 이어왔다고. 나는 드워프들과 그들이 우리 마법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리륨에 대한 지식이 있었기에, 그 골렘을 페리반티움 근처에 사는 마법사 아트로니..

최초의 대재앙: 제2장

오늘날의 사람들은 두 번째 원죄의 결과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 아, 장담컨대 독실한 성가회 신도들에게 이에 대해 묻는다면, 사악한 마법 탓이나 하며 침을 뱉고 경멸감을 드러내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의 일인 그 공포를 실제로 기억하는 사람은 오늘날 남아 있지 않다. 굉장히 안타깝게도, 그때 일과 관련된 기록은 당시에 불거진 혼란과 무지로 인해 소실되었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거라곤 오직 혼탁한 시대를 거치고 전해진 생존자들의 이야기와 성가회가 가르치는 견해뿐이며, 그 가치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두 번째 원죄가 테다스 내 모든 생명체의 파멸을 불러왔다는 나의 견해에 한치의 과장도 없다고 여긴다. 어둠의 피조물은 최악의 역병보다도 치명적이며, 마치 재난처럼 우리 세계에 닥드..

호두알 사건

클레멘스 2세께서 선종하신 지 몇 달이 지난 후, 발 르와요에서는 그분이 여장 남자였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소문의 출처는 장례를 치르기 위해 교황의 시신을 염습하는 자리에 참석했던 콘스탄스 수녀한테로 거슬러 올라간다. 콘스탄스 수녀는 보리술에 무척 약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그 술을 잔뜩 마신 후 클레멘스 2세의 민감한 비밀을 동네 술집 주인에게 말해버렸다. 에스텔 주임 신모는 자신 또한 그 자리에서 콘스탄스 수녀와 함께 고인이 된 교황 성하를 염하는 걸 도왔으며, 클레멘스 2세는 여성이 확실하다고 선언함으로써 소문을 잠재웠다. 그녀는 콘스탄스 수녀가 오해한 것이고, 수녀가 실제로 본 건 열려있던 창문으로 기어들어와 교황의 다리 사이에서 쉬고 있던 다람쥐였다고 말했다. —댐슨 수녀 저, 가장 ..

배회자

훈련된 슈발리에에게 경갑과 단검만으로 무장한 적을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모든 싸움이 정정당당한 결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적이 같은 가치관을 따르고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그건 죽음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전사가 동의하는 유일한 법칙은 죽지 않는 것이 죽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물론 회색 감시자나 황제의 경호원들은 그러한 지혜마저도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척후병들은 주로 아군에게 상대의 주의를 끄는 역할을 맡긴 뒤 기습한다. 대규모 전투에서는 적에게 이러한 척후병들이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어야 한다. 전열을 갖추고 싸울 때, 약점이 보인다고 무작정 방어를 내리고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너나 너에게 의지하고 있는 자들을 무방비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