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에이지/DAI: Codex 131

까마귀단과 마드리갈 국왕

발바닥을 뜨거운 숯으로 지지고 칼로 얼굴과 손의 가죽을 벗겨버리기까지 했음에도, 첫 번째 까마귀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자는 그 대신 혀를 깨물어 피로 질식사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두 번째 포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만을 반복해서 말할 뿐이었습니다. 사냥에 나간 마드리갈 왕은 저녁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후에 가슴에 네 자루의 검이 박힌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검 네 자루 중에서 헤사리안의 자비를 복제한 검을 아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듯했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이후 그는 고문을 받다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죽었습니다. 세 번째 까마귀는 자신이 지하감옥을 산채로 나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은 게 분명했습니다. 그는 피오레 대장의 심기..

실종된 노예

테빈터 제국에서 노예란 없는 존재와 마찬가지다. 제국 전체가 우리 노예들의 손에 의해 세워졌음에도 말이다. 우리는 이 손으로 민라투스의 성벽을 만들었으며, 무너진 길로 다니며 부를 가져다주었다. 나와 같은 노예 서기관들은 권력의 균형을 좌우하는 말과 문자를 편지에 받아 적는 일을 하고, 주방 노예인 나의 딸, 레오노라는 밤낮없이 집안일을 한다. 매지스터 델핀은 그 덕분에 찢어진 옷을 입거나 식은 음식을 먹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딸아이와 부엌에서 만나곤 한다. 하지만 아이와 마지막으로 만난 뒤 벌써 며칠이나 흘렀다. 누구도 그 아이를 본 사람이 없다. 이렇다 보니 노예 시장에 관한 옛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몇백 년 전, 우리 조상들은 혈마법으로 도시를 짓고, 탑과 성벽을 쌓기 ..

분노의 악마

영계 내에서만 마주칠 수 있는 분노의 악마의 진정한 외형은 무시무시하다. 그들은 순수한 화염의 피조물로, 무정형의 용암으로 만들어진 듯하며 중심부의 두 눈에서는 사악한 눈빛을 내뿜는다. 이 악마의 힘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불꽃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가까이 접근하는 자들을 불태워버리며, 개중 강력한 개체들은 불덩어리를 쏘거나 더 나아가 불 폭풍을 만들어 주변 지역을 불살라버린다. 다행히도, 아무리 강력한 분노의 악마라 해도 지능은 그리 높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단순한 전략만을 구사하며, 눈에 보이는 적이 죽을 때까지 온 힘을 다해 공격할 뿐이다. 일부 분노의 악마들은 자신이 지닌 열기의 능력을 빙의한 숙주에게 전달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계 바깥에서 분노의 악마의 진정한 모습을 목격..

공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충동은 무엇일까요? 분노? 배고픔? 아마 가장 원초적인 것은 공포일 겁니다. 아주 어린 아이조차도 이 개념을 이해하며, 이것이 가진 원초적인 힘은 다른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공포를 먹고 사는 악마는 지적인 존재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이들은 필멸자들의 악몽에서 본 형태를 모방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반응을 끌어냅니다. 그런데, 이 악마 중 일부는 미래에 대한 공포, 혼돈과 무질서에 대한 공포, 실패에 대한 공포 같은 훨씬 깊숙한 곳에 뿌리박힌 공포를 찾아냅니다. 이런 종류의 악마들은 훨씬 정련된 감각을 갖고 있으며, 단순히 겁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희생자의 정신을 공격합니다. 한 사람의 공포가 아닌, 국가 전체의 공포를 먹어 치우는 공포의 악마를 경계하십시오. 그 ..

성기사의 길

리륨과 그 다양한 형태에 대한 논문이다. 경의 말을 듣고 보니 한 단락이 유독 눈에 띈다. 성기사들이 리륨을 사용하는 방식은 마법사가 느끼는 갈증보다도 훨씬 더 위험하다. 초심자에게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성기사는 리륨을 서서히 흡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량의 리륨을 한꺼번에 몸에 주입하는 행위에 가까우니, 매일 경건한 태도하에 관리되어야만 한다. 한 일화에 대한 기록이다. 간이 성당에 들어서자, 경비병처럼 배치된 성기사들과 교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 사이를 걸었다. 걸음마다 나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의 망설임이라도 보인다면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것이기에. 그들은 떠들썩하게 나를 격려해주었고, 내가 지나갈 때 어깨를 툭툭 치기도 했다. 교관에게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