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에이지/DAI: Codex 131

용사의 길

"위대한 전통을 지키는 용사들"에서 발췌된 글. 챈서 경의 말을 듣고 보니 한 단락이 유독 눈에 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칭송 받는 자는 그만큼 희생을 한다. 용사는 자신의 후원자를 제외한 누구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여기에는 무거운 기대가 깃들어 있다. 자신이 보호하는 사람들의 희망, 고무시킨 사람들의 긍지, 그리고 리더의 요구가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심지어 용사는 우군의 열망뿐만 아니라 적의 위험한 선망까지도 받는다. 용사의 승리에 관한 영광스러운 이야기는 종종 급작스러운 추락으로 치닫기 때문에, 반드시 전에 있었던 주목할 만한 인물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밝게 타오르며, 다른 사람들을 그들의 영광 주위로 모여들게 만든다. 그러나 불을 다뤄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불은 바람이나 주..

구울

5차 대재앙이 남긴 불행 중 가장 슬픈 것은 많은 불쌍한 영혼들이 페렐던을 덮친 어둠의 피조물에게서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재앙의 역병에 희생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새, 늑대, 심지어는 곰까지도 이 타락에 당해 생각 없는 껍데기로 변해 버리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슬프게도,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둠의 피조물의 피에 닿거나 직접적으로 감염되어 즉사하지 않은 자들은 열병으로 미쳐버린다. 몸에 있는 털이 빠지고 상처를 동반한 기형화가 시작된다. 광기에 완전히 사로잡히기 직전, 대부분의 희생자는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속삭임이나 노랫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희생자들에게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고통을 빠르게 끝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재앙의 타락에 미쳐버린 구울이 주변 사람..

안티바

다른 문명국들 사이에서는 안티바에 왕이 없단 얘기가 상식처럼 퍼져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여,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안티바 왕가는 2500년 간 단절된 적 없이 이어져 내려왔다. 그저 아무도 그들의 존재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뿐인 것이다. 안티바는 사실상 거상 무리가 통치하는 국가다. 그들은 말 그대로 아주 부유한 상인들로, 은행, 무역회사, 포도원 등을 소유한 자들이다. 그들의 권력 서열은 재산 수준에 따라 엄격하게 나뉜다. 하지만 안티바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그 기이한 정치구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산 포도주도 아닌, 안티바의 암살조직 까마귀단 때문이다. 안티바인은 싸우는 것만 빼고 모든 걸 잘한다는 말을 생각하면, 이 나라에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암살자 집단이 있단 사실이 상당히 얄궂기 ..

장막

나는 장막이 산 자들의 세계와 영의 세계 (그 세계가 영계로 불리느냐, 내세로 불리느냐는 인종, 정치적 문제이므로, 이 논문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를 구분 짓는 보이지 않는 "커튼"의 일종이란 개념을 매우 싫어한다. 장막에 "이쪽"과 "저쪽"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물리적인 것도, 장벽도, "성스러운 빛에 휘감긴 벽"도 아니다 (그런 이미지가 자리 잡게 만들어 주셔서 참으로 고맙군요, 교황 성하). 대신, 장막을 눈을 뜨는 것에 비유해 보자. 눈을 뜨기 전, 우리 세계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 보인다. 정적이고, 확고하며, 변하지 않는 세계 말이다. 이제 눈을 뜨면, 영의 시야로 우리 세계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세계는 혼란스럽고, 항상 변화한다. 이 세계 속에선 상상이나 기억 속 존..

주문결속사

최근 한 물체에 여러 영을 결속하는 마법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걱정이다. 모탈리타시가 영혼과 교류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때로는 마음을 다해야만 하는 과업이다. 이 자칭 "주문결속사"들은, 책이나 다른 구분하기 쉬운 물체에 룬을 넣고 단순한 영 여럿을 속박한다. 그들은 영과 상호작용하는 일의 중요한 부분을 무시하며, 그 과정을 단순한 기계적 행위로 퇴보시켜버렸다. 물론 이런 마법이 주문결속사에게 유용하게 쓰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물체에 담긴 힘은 집중시키기 어렵지만, 마법을 확산시키고 에너지가 미치는 범위를 더욱 넓혀 동료들의 힘을 강화할 수 있다. 이 주문결속사들은 각각의 영이 속박을 벗어날 만큼 강하지 않고, 영끼리 협력하여 함께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