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은 몇 개월째 세상에 참혹한 피해를 주고 있었다. 위대한 왕들은 최후의 항전을 위해 군을 결집했다. 태양이 어두운 하늘을 휘젓던 구름 사이를 뚫고 빛을 비추자, 대악마를 필두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치 들끓는 어둠의 피조물 군단 위에도 그 빛이 드리웠다. 바로 그때, 용맹이 덧없이 스러지고 모든 것이 죽음과 절망에 삼켜지는 듯하던 그때, 회색 감시자들이 나타났다. 마치 웅장한 전쟁 북 소리 같은 날갯짓 소리와 함께 나타난 그들은 군대 바로 앞에 멈춰 섰다. 회색 감시자들은 단호하고 두려움 없는 태도로 인간의 군대와 점점 잠식해오는 어둠의 피조물 사이로 행군해 나갔다. 그들은 대악마가 죽음을 맞이하고 마지막 어둠의 피조물이 흙더미 속에 처박힐 때까지 육신을 방패 삼아 그 대열을 흐트러트리는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