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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대재앙: 제2장

오늘날의 사람들은 두 번째 원죄의 결과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 아, 장담컨대 독실한 성가회 신도들에게 이에 대해 묻는다면, 사악한 마법 탓이나 하며 침을 뱉고 경멸감을 드러내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의 일인 그 공포를 실제로 기억하는 사람은 오늘날 남아 있지 않다. 굉장히 안타깝게도, 그때 일과 관련된 기록은 당시에 불거진 혼란과 무지로 인해 소실되었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거라곤 오직 혼탁한 시대를 거치고 전해진 생존자들의 이야기와 성가회가 가르치는 견해뿐이며, 그 가치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두 번째 원죄가 테다스 내 모든 생명체의 파멸을 불러왔다는 나의 견해에 한치의 과장도 없다고 여긴다. 어둠의 피조물은 최악의 역병보다도 치명적이며, 마치 재난처럼 우리 세계에 닥드..

호두알 사건

클레멘스 2세께서 선종하신 지 몇 달이 지난 후, 발 르와요에서는 그분이 여장 남자였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소문의 출처는 장례를 치르기 위해 교황의 시신을 염습하는 자리에 참석했던 콘스탄스 수녀한테로 거슬러 올라간다. 콘스탄스 수녀는 보리술에 무척 약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그 술을 잔뜩 마신 후 클레멘스 2세의 민감한 비밀을 동네 술집 주인에게 말해버렸다. 에스텔 주임 신모는 자신 또한 그 자리에서 콘스탄스 수녀와 함께 고인이 된 교황 성하를 염하는 걸 도왔으며, 클레멘스 2세는 여성이 확실하다고 선언함으로써 소문을 잠재웠다. 그녀는 콘스탄스 수녀가 오해한 것이고, 수녀가 실제로 본 건 열려있던 창문으로 기어들어와 교황의 다리 사이에서 쉬고 있던 다람쥐였다고 말했다. —댐슨 수녀 저, 가장 ..

배회자

훈련된 슈발리에에게 경갑과 단검만으로 무장한 적을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모든 싸움이 정정당당한 결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적이 같은 가치관을 따르고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그건 죽음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전사가 동의하는 유일한 법칙은 죽지 않는 것이 죽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물론 회색 감시자나 황제의 경호원들은 그러한 지혜마저도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척후병들은 주로 아군에게 상대의 주의를 끄는 역할을 맡긴 뒤 기습한다. 대규모 전투에서는 적에게 이러한 척후병들이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어야 한다. 전열을 갖추고 싸울 때, 약점이 보인다고 무작정 방어를 내리고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너나 너에게 의지하고 있는 자들을 무방비 상태..

상심한 이들의 힘든 시간

격식의 문제와 상점가의 전반적인 매무새가 흐트러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감정을 토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는 형제자매를 서로 싸움으로 내모는 내전은 물론이요, 성기사와 마법사 간의 전면전에 더불어 고귀하신 성하와 훌륭한 지도자들의 상실을 한꺼번에 겪고 있습니다. 하늘은 찢겨 그 상처가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이 세상과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 뿐입니다. 이 공고를 통해 진중히 요청드리오니, 세상을 떠났거나 실종된 이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이 자리에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함으로써 시민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사망이 확인된 이들을 추모하고 생존의 희망이 아직 남은 이들의 이름을 올릴 수 있기를, 그리고 ..

성가회 창립

도시국가 올레이의 국왕, 코딜러스 드레이콘은 야심이 큰 사람이었다. 기원전 15년, 이 젊은 국왕은 창조주를 위한 거대한 사원을 짓기 시작했고, 사원이 완공되기 전까지 분쟁 중인 남부의 모든 도시국가를 하나로 통합하는 동시에 안드라스테에 대한 믿음을 온 세상에 알릴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기원전 3년, 사원이 완공되었다. 드레이콘은 그곳의 심장부에서 안드라스테의 영원한 불길 앞에 무릎을 꿇고서, 올레이 제국의 초대 황제로 즉위하였다. 그가 황제로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성가회를 수립하여 안드라스테 신앙을 제국의 국교로 선포한 것이었다. 3년이라는 시간과 수많은 선거를 거친 끝에, 몽시마르의 올레사가 새로운 성가회의 지도자로 선출되었다. 그는 교황으로 즉위하면서 안드라스테의 노래를 기록한 사도를 기리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