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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충동은 무엇일까요? 분노? 배고픔? 아마 가장 원초적인 것은 공포일 겁니다. 아주 어린 아이조차도 이 개념을 이해하며, 이것이 가진 원초적인 힘은 다른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공포를 먹고 사는 악마는 지적인 존재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이들은 필멸자들의 악몽에서 본 형태를 모방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반응을 끌어냅니다. 그런데, 이 악마 중 일부는 미래에 대한 공포, 혼돈과 무질서에 대한 공포, 실패에 대한 공포 같은 훨씬 깊숙한 곳에 뿌리박힌 공포를 찾아냅니다. 이런 종류의 악마들은 훨씬 정련된 감각을 갖고 있으며, 단순히 겁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희생자의 정신을 공격합니다. 한 사람의 공포가 아닌, 국가 전체의 공포를 먹어 치우는 공포의 악마를 경계하십시오. 그 ..

성기사의 길

리륨과 그 다양한 형태에 대한 논문이다. 경의 말을 듣고 보니 한 단락이 유독 눈에 띈다. 성기사들이 리륨을 사용하는 방식은 마법사가 느끼는 갈증보다도 훨씬 더 위험하다. 초심자에게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성기사는 리륨을 서서히 흡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량의 리륨을 한꺼번에 몸에 주입하는 행위에 가까우니, 매일 경건한 태도하에 관리되어야만 한다. 한 일화에 대한 기록이다. 간이 성당에 들어서자, 경비병처럼 배치된 성기사들과 교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 사이를 걸었다. 걸음마다 나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의 망설임이라도 보인다면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것이기에. 그들은 떠들썩하게 나를 격려해주었고, 내가 지나갈 때 어깨를 툭툭 치기도 했다. 교관에게 다..

테빈터 사회

테빈터인이 아닌 사람은 대제국을 마법사와 엘프 노예, 그리고 여타 소수 종족으로 가득한 사회로 상상하고는 한다. 허나 실상 테빈터인은 세 부류로 나뉘며, 이들 각각의 세상은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먼저 이 땅의 귀족인 마법사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이들과의 패권 경쟁에 완전히 정신이 팔려, 정작 쿠나리와 같은 적국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정도다. 상류층인 알투스는 라이탄스를 멸시하고, 라이탄스는 프래테리를 내려다본다. 이들은 매일같이 파벌이 바뀌고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곳인 매지스테리움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며, 따라서 모든 가문은 허울뿐일지라도 완벽한 시민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추문과 비난을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잠자는 자"라고 ..

매지스테리움

테빈터 제국 바깥에서는 "매지스터"가 단순히 마법사를 뜻하는 말이며, 마법사이기만 하면 지배층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해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이 오해는 고향 밖에서 직위를 참칭하여 명성을 누리고자 하는 테빈터 마법사들로 인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매지스터가 되려면 제국 원로원의 상원인 매지스테리움에서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이 매지스테리움에서는 법률을 제정하고, 승인된 후계자가 없으면 새로운 집정관을 선출한다. 원로원 밑에는 선출직 관리로 구성된 퍼블리카니움이 있지만, 이곳은 실질적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관료 조직으로 여겨진다. 한편, 마법사 협회나 제국 성가회의 고위 관리들이 매지스터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매지스터들은 대대로 집정관이 승인한 가문에서 나오곤 한다. 엄밀..

엠브리움

엠브리움은 난초과에 속하는 꽃으로, 이 식물의 치유 효과가 알려진 계기는 그 꽃이 지닌 빼어난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올레이의 군주 이그나스 폴렌크 경이 몹시 사랑하던 딸이 치유사들조차 손쓸 수 없는 끔찍한 폐 질환에 걸렸을 때의 일이다. 딸에게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부모는, 남은 여생이라도 따뜻하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지내길 바라며, 밝고 아름다운 색의 꽃들로 딸의 침대를 꾸며주었다. 그랬더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딸의 병세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이었다. 부모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다소 당황했지만 이내 크게 기뻐했다. 치유사들은 결국 침대의 꽃 중 하나가 내는 향이 소녀의 호흡 기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그 꽃이 바로 엠브리움이었다고 한다. 이 꽃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