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용돌이치는 연기와 안개의 고원에서 정신을 차렸다. 내 발이 보이지 않았다. 혹은 그 장소에서는 내게 발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한 발짝 한 발짝이 기만적이었다. 땅이 있다고 믿으며 걷는 수밖에는 없었다. 내가 믿지 않는다면, 땅은 사라질 것이고, 나는 무의 세계로 추락할 것이었다. 그곳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직 내 의지와 마법뿐이었다. 그들이 내게 마주하게 만든 악마는 거대한 고양잇과 짐승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싸울 때, 그것이 내 마음속에 말을 걸었다. 그것은 내가 결국 비틀거리게 될 것이고, 그것이 내게 덤벼들 것이라고 속삭였다. 악마는 장막 너머에 있는 내 마비된 몸 위에 서서 심장에 칼을 겨눈 채 내가 실패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성기사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조금의 두려움, 의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