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에이지/DAI: Codex 131

영계 걷기: 입단 시험

나는 소용돌이치는 연기와 안개의 고원에서 정신을 차렸다. 내 발이 보이지 않았다. 혹은 그 장소에서는 내게 발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한 발짝 한 발짝이 기만적이었다. 땅이 있다고 믿으며 걷는 수밖에는 없었다. 내가 믿지 않는다면, 땅은 사라질 것이고, 나는 무의 세계로 추락할 것이었다. 그곳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직 내 의지와 마법뿐이었다. 그들이 내게 마주하게 만든 악마는 거대한 고양잇과 짐승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싸울 때, 그것이 내 마음속에 말을 걸었다. 그것은 내가 결국 비틀거리게 될 것이고, 그것이 내게 덤벼들 것이라고 속삭였다. 악마는 장막 너머에 있는 내 마비된 몸 위에 서서 심장에 칼을 겨눈 채 내가 실패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성기사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조금의 두려움, 의혹의..

대삼림 저택

저택 건축의 이면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알지 못하면 이 아름다운 대삼림 저택이 레드클리프 성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올레이가 페렐던을 점령하기 1년 전, 제이슨 게린 백작은 그와 "가까운 관계" 였던 유명한 가수이자 검술가인 코람 경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거처를 짓기 위해 저택의 공사를 지시했다. 제이슨의 아내인 백작부인 마게리트는 자신의 남편과 코람의 관계를 이해하고 지지한 것이 분명하지만, 공공연한 추문을 피하고자 그 음유시인이 백작의 성에서 살게 하는 것만큼은 피한 듯하다. "제이슨 백작의 여정"은 해가 뜨기 전에는 별장에서 돌아오려는 백작을 유머러스하게 기리며 오랜 세월 동안 인기를 끌어온 주점 노래다. 코람 경은 제이슨 백작이 사망하고 몇 년 뒤 90세의 나..

올레이 극장 개론

올레이 연극의 가장 특이한 부분은, 당연하게도 우리 남쪽 이웃들이 가면을 유별나게 좋아한다는 점일 것이다. 모든 배우는 모양과 색깔이 계층별로 구분된 가면을 써서 관객들에게 등장인물의 중요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자면, 얼굴 반쪽을 덮는 녹색 가면은 남성 주연을 의미하며, 보라색 가면은 여성 주연을 뜻한다. 얼굴을 전부 덮는 흰 가면은 영과 같이 뚜렷한 성별이 없는 역할에 사용되며, 악마는 검은색이나 붉은색 가면을 쓴다. 이것만 해도 복잡한데 올레이 연극에 갓 입문한 사람들을 더욱더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배우의 인종이나 성별이 그 배역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감독이 판단하기에 배우가 역할을 소화할 수 있기만 하다면, 남자가 귀부인 역을, 여자가 남성 공작 역을, 심지어 엘프가..

스노우플뢰르

동행이 한 명 늘었다. 이름은 마르샹이고, 셀레스틴 호수까지 동행해주는 대가로 올레이 금화 세 닢을 지불해주기로 했다. 우리 활을 보고서 자기 호위병으로 삼을 심산이었을 거라는 데 내 두 다리를 걸겠다. 그 무기가 자기한테 겨눠질지도 모른단 생각은 미처 안 든 모양이지. 창조주 맙소사, 리즈에 도착할 즈음에는 정말로 그러고 싶었다. 이 새끼가 글쎄 어느 지체 높은 귀족 아들의 지도 교사가 될 거라고 끊임없이 자랑해대는 거다. 말끝마다 "실크 속옷 영주님이 어쩌고, 실크 속옷 영주님이 저쩌고". 우리에게 그 실크 속옷 영주와 그 부인의 초상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영주 쪽은 한 대 쳐버리고 싶게 생겼지만, 부인 쪽 엉덩이는—따로 불러다 지도 좀 해주고 싶게 생겼더군. 데일스를 지나갈 때쯤, 기다란 코에 짤막..

독거미

우리는 난폭하고 무시무시한 어떤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그것을 섣불리 외경시했기 때문에 더욱더 끔찍했다. 우리는 주술사의 말에 따라 동굴로 들어갔고, 생각지 못한 것들을 보았다. 거기엔 먼지투성이의 무리가 마치 무언의 해설처럼 줄을 맞추어 있었다. 남자, 여자, 짐을 실은 동물들, 심지어 잔해를 먹어 치우는 청소부들까지, 나란히. 우리는 순간 그 무리가 어느 정신 나간 왕이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장난감 군대가 아닐까 생각했다. 혹은 어느 잔혹한 황제가, 그녀의 죽음에 함께 순장시킨 것이었을지도 몰랐다. 어찌 되었든 그건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고, 인류가 어떻게 창조와 불멸을 모방하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고 나자 궁금증이 들었다. 왜 모두 위를 보고 있는 걸까?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