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에이지 228

구울

5차 대재앙이 남긴 불행 중 가장 슬픈 것은 많은 불쌍한 영혼들이 페렐던을 덮친 어둠의 피조물에게서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재앙의 역병에 희생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새, 늑대, 심지어는 곰까지도 이 타락에 당해 생각 없는 껍데기로 변해 버리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슬프게도,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둠의 피조물의 피에 닿거나 직접적으로 감염되어 즉사하지 않은 자들은 열병으로 미쳐버린다. 몸에 있는 털이 빠지고 상처를 동반한 기형화가 시작된다. 광기에 완전히 사로잡히기 직전, 대부분의 희생자는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속삭임이나 노랫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희생자들에게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고통을 빠르게 끝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재앙의 타락에 미쳐버린 구울이 주변 사람..

안티바

다른 문명국들 사이에서는 안티바에 왕이 없단 얘기가 상식처럼 퍼져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여,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안티바 왕가는 2500년 간 단절된 적 없이 이어져 내려왔다. 그저 아무도 그들의 존재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뿐인 것이다. 안티바는 사실상 거상 무리가 통치하는 국가다. 그들은 말 그대로 아주 부유한 상인들로, 은행, 무역회사, 포도원 등을 소유한 자들이다. 그들의 권력 서열은 재산 수준에 따라 엄격하게 나뉜다. 하지만 안티바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그 기이한 정치구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산 포도주도 아닌, 안티바의 암살조직 까마귀단 때문이다. 안티바인은 싸우는 것만 빼고 모든 걸 잘한다는 말을 생각하면, 이 나라에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암살자 집단이 있단 사실이 상당히 얄궂기 ..

장막

나는 장막이 산 자들의 세계와 영의 세계 (그 세계가 영계로 불리느냐, 내세로 불리느냐는 인종, 정치적 문제이므로, 이 논문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를 구분 짓는 보이지 않는 "커튼"의 일종이란 개념을 매우 싫어한다. 장막에 "이쪽"과 "저쪽"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물리적인 것도, 장벽도, "성스러운 빛에 휘감긴 벽"도 아니다 (그런 이미지가 자리 잡게 만들어 주셔서 참으로 고맙군요, 교황 성하). 대신, 장막을 눈을 뜨는 것에 비유해 보자. 눈을 뜨기 전, 우리 세계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 보인다. 정적이고, 확고하며, 변하지 않는 세계 말이다. 이제 눈을 뜨면, 영의 시야로 우리 세계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세계는 혼란스럽고, 항상 변화한다. 이 세계 속에선 상상이나 기억 속 존..

주문결속사

최근 한 물체에 여러 영을 결속하는 마법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걱정이다. 모탈리타시가 영혼과 교류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때로는 마음을 다해야만 하는 과업이다. 이 자칭 "주문결속사"들은, 책이나 다른 구분하기 쉬운 물체에 룬을 넣고 단순한 영 여럿을 속박한다. 그들은 영과 상호작용하는 일의 중요한 부분을 무시하며, 그 과정을 단순한 기계적 행위로 퇴보시켜버렸다. 물론 이런 마법이 주문결속사에게 유용하게 쓰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물체에 담긴 힘은 집중시키기 어렵지만, 마법을 확산시키고 에너지가 미치는 범위를 더욱 넓혀 동료들의 힘을 강화할 수 있다. 이 주문결속사들은 각각의 영이 속박을 벗어날 만큼 강하지 않고, 영끼리 협력하여 함께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들이 ..

영웅 아닌 자들: 다양성의 죽음

제국을 막아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또 다른 제국이다. 테빈터인들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과 맞먹는 자들이 필요하다. 장남 아이소라스가 아비인 마페라스를 저버린 이유가, 그 아비가 저질렀던 비밀스러운 배신으로 인해 이미 구제할 도리가 없어서 였을 경우를 고려해보자. 또한, 아이소라스가 마페라스와의 연을 끊고 과거보다 미래를 내다보라는 조언을 받았을 거란 경우도 함께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그의 행동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걸까? 아이소라스는 지리멸렬히 흩어져 연합체를 이루는 부족들의 영토를 받았다. 이에 대한 그의 해결책은 거대한 통일 국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교역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토착 세력에 대한 백성의 충성을 끊기 위해 재배치를 단행했는데, 이 모든 조치는 무역과 권력을 중앙에 집중시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