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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가난: 만물의 아버지

아주 오래전, 시간조차 갓 태어났을 그 옛날, 그곳에는 오직 태양과 대지만이 존재했다. 호기심을 느낀 태양이 대지를 향해 머리를 숙이자, 그들이 서로 닿은 자리에서 엘가난이 탄생했다. 태양과 대지는 아름답고 총명한 엘가난을 매우 사랑했다. 엘가난에게 주는 선물로 대지는 하늘과 땅에서 수많은 새와 짐승들을 태어나게 하였고, 수많은 녹색의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냈다. 엘가난은 어머니의 선물을 너무도 사랑하였다. 그는 그들을 칭송하며 그 사이를 거닐었다. 비옥해진 대지를 바라보던 태양은, 엘가난이 대지의 창조물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질투에 휩싸였다. 태양은 얼굴을 대지에 가까이 숙여, 대지가 창조한 모든 피조물을 불태워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대지는 슬픔과 고통으로 갈라졌고, 자신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잃..

마법사

마법사들은 괴물이나 악마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단지 그들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 능력이 극히 일부에게만 주어져 있다는 부분이 다를 뿐이다. 어떤 이들은 모든 마법사의 목에 칼을 겨누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모든 마법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항상 자신들의 목을 언제든 내려칠 수 있는 칼날을 마주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마법사들이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불덩어리를 던져 성기사단의 공격에 응수하는 배교자들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어디서 배웠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양성소의 우리들은, 연습 없이 얻어지는 기술은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마법사와 싸우게 된다면, 제압당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까이 접근해야..

할람시랄로 가는 여정

우리 중 고작 예순다섯 명만이 할람시랄에 도착했다. 일부는 포기했다. 다른 일부, 특히 어린 아이들은 병에 걸렸다. 도적단이 우리를 쫓았다. 어머니를 뵐 낯이 없었지만, 음식을 훔쳐야 했다. 어떤 아이가 빵조각 때문에 나에게 싸움을 걸었다. 며칠 후, 그 아이의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고, 나는 아이를 업고 수 마일을 걸었다. 아이는 내 품 안에서 부들부들 떨며 죽었다. 나에게도 한때 주인이 있었다. 그는 마법사였고, 나를 때리지도 않았으며 좋은 음식을 먹여 주었다. 심지어 내게 회계를 맡기기 위해 글 읽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시험해 보고 싶은 이론이나 주문이 생길 때마다, 다른 하인들을 시켜 나를 기둥에 묶고는, 단검을 꺼내 내 피부에 박아넣고는 했다. 나는 너무나 두려웠다. 그럴 때..

노예들의 비밀 언어

높은 문맹률에도 불구하고, 테빈터의 노예들은 그들만의 작은 상형문자 체계를 발전시켰다. 이들은 이 문자를 벽이나 가구 밑, 그들의 무심한 주인이 발견하지 못할 곳에 새겨두고는 한다. 지역에 따라 많은 변형이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해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한 도시에서는 주먹 쥔 손 그림이 매우 잔인한 주인을 상징하는 것이고, 다른 도시에서는 같은 그림이 가혹하지만, 폭력적인 성정을 가지지는 않는 노예상인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배층은 노예들의 기분이나 공포심 등에 대체로 무관심하기 때문에, 이 그림으로 된 은어 체계는 그들 사이에서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된다. 그렇기에, 어설프게 그려진 문양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오해가 벌어져 똑똑한 노예들이 참수형을 피하고자 허둥대며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하..

안드루일의 전령

오래전, 우리 민족이 강하고 자유로웠을 때, 우리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산토끼의 어머니인 안드루일 님에게서 자연과 창세자가 만드신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비록 대지는 우리의 것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오용하지 않았다. 위대한 지도자들은 안드루일 님의 인도를 받고자 기도를 올렸다. 어디에서 사냥하면 좋겠습니까? 할라를 어디서 키우면 좋을까요? 어디에 정착할까요? 안드루일께서는 전령인 올빼미를 보내어, 그들을 축복받은 땅으로 인도했다. 고귀한 올빼미를 항상 주시하도록 해라. 혹시 모르지 않느냐, 안드루일께서 너희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을지도 모르니. —수호자 기샤렐이 랠러피린 부족의 아이들에게 말해준 내용 더보기 Long ago, when o..

리엄 - 베트라 대화

베트라: 아까 전투 중에 왜 그런 거야? 리엄: 측면 공격이란 거야. 베트라: 그러다 방어막을 날려먹었잖아. 리엄: 맞으면 깎이는 게 당연하지. 그러라고 있는 방어막이잖아. 베트라: 위험한 짓이야. 무책임해. 리엄: 그쪽한테서 책임감에 관한 설교를 다 듣네. 베트라: 무슨 뜻으로 하는 소리야? 리엄: 남 함부로 판단하지 마. 똑같이 돌려받기 싫으면. 베트라: 전에 그 책임감 어쩌고 한 거 말이야. 내 여동생 두고 한 얘기지, 그렇지? 리엄: 추리력 한번 대단하네, 셜록 홈즈 같구먼. 10점 만점에 10점. 베트라: 입 함부로 놀리다가 큰일날 줄 알아. 리엄: 난 입 놀려서 어린애를 안드로메다에 데리고 오진 않았거든. 베트라: 엿이나 처먹어, 코스타. 시드는 자기 선택으로 여기 온 거야! 리엄: 언니를 잃..

리엄 - 드랙 대화

리엄: 이곳저곳 돌아다녔네요. 힐리어스 말고 다른 곳에서도 미친 경험을 여럿 했을 것 같은데요. 드랙: 됐다, 꼬마야. 가서 다른 녀석한테나 귀찮게 굴어. 리엄: 이게 무슨? 나한테 왜 그래요? 드랙: 너 같은 인간은 수천 명은 넘게 봤다. 마치 자기는 절대 안 죽을 거라는 양 허세 부리는 거에 맞장구 칠 기분 아니야. 드랙: 너 몇 살이냐? 두 살은 먹었느냐? 나한테 말 걸고 싶으면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거라. 리엄: 나 두 살배기 어린애가 아니에요, 드랙. 알 만한 건 다 안다고요. 드랙: 난 1,400살이던가 몇 살이던가... 하여튼 그쯤 된다. 2년이든 20년이든 나한테는 마찬가지야. 리엄: "경험을 쌓은 거"랑 "아무것도 모르는 거"랑은 다르거든요. 드랙: 그래. 그저 젊은 놈들 특유의 죽기살..

자알 - 드랙 대화

자알: 드랙, 어째서 삶의 끝무렵에 접어든 사람이 이니셔티브에 합류하는 모험을 하게 된 겁니까? 드랙: 한창 창창한 녀석은 왜 우리 같은 이방인들 무리에 낀 건데? 드랙: 그리고, 지금 누구더러 늙었다는 거야? 누가 죽어간다는 거야? 자알: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만. 드랙: 했거든. 자알: 분명 그런 적 없습니다. 드랙: 이젠 날더러 귀까지 먹었다는 건가? 자알: 라이더? 라이더: 놉. 난 관여 안 할래. 드랙:(웃음) 이봐, 실은 네 말이 맞다, 자알. 난 분명 늙었지. 하지만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어! 자알: 요즘 크로건의 역사에 관해 읽고 있습니다.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드랙: 조심하거라. 크로건 사이에는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란 말이 있단다. 라이더: 크로건한테도 그런 말이 있어요? ..

피비 - 드랙 대화

피비: 드랙, 아사리랑 크로건은 다른 우리 은하 종족보다 훨씬 오래 살잖아... 드랙: 그렇지, 그게 왜? 피비: 그렇지만 드랙은 이제 라이더, 베트라, 그리고 팀의 나머지 사람들이랑 남은 수명이 엇비슷하잖아. 드랙: 운이 좋다면 그렇게 되겠지. 요점을 말하거라. 피비: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 그렇게나 오랜 세월을 지나서 마침내 끝을 향해가고 있다는 거. 드랙: 시간은 그저 시간일 뿐이야. 햇수를 세는 것보다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지. 드랙: 내가 살 날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든, 그 또한 아주 생생한 경험이 될 거라는 건 달라지지 않아. 피비: 전에 드랙이 삶과 기나긴 수명에 관해 말했던 거, 마음에 들어. 드랙: 내가 뭔 말을 했었다는 건지 알려주련? 피비: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햇수를 ..

코라 - 드랙 대화

코라: 보아하니 크로건치고도 유별나게 넥서스에 적대적이군요. 드랙: 그게 네 일인가? 뻔한 거 눈치채는 게? 코라: 내 일은 라이더의 뒤를 지키는 겁니다. 드랙: 그럼 네 등은 누가 봐 주지? 코라: 그건 두고볼 일이죠, 아저씨. 드랙: 운이 적당히 따라 주고 그 렘넌트인가 하는 고물들이 제 일을 한다면야, 이오스도 정착지 차리기 괜찮겠어. 코라: 운이 계속 따라 준다면 좋겠네요. 코라: 이니셔티브 전체가 미지의 기술에 위태롭게 모든 것을 건 신세니까요. 드랙: 사격술은 누구한테 배운 거지, 하퍼? 자세를 도통 종잡을 수가 없군. 코라: 카리타 자세라는 겁니다. 아사리 코만도한테는 보편적인 거지만, 아무나 따라하진 못하죠. 코라: 예를 들어서 크로건이 따라하려다간 꼭 고래가 발레 동작을 하는 것처럼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