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에이지/기타

패트릭 위크스 (드래곤 에이지 수석 작가) 인터뷰 번역

taamro 2020. 6. 15. 04:07

 

2016년 3월, 유튜버 BioFan이 진행한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의 수석 작가 패트릭 위크스(Patrick Weekes)와의 인터뷰를 번역한 것입니다. 구술 인터뷰인 터라, 군더더기 말을 제법 많이 쳐냈습니다.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와 매스 이펙트 시리즈의 핵심 스포가 있습니다.)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와 매스 이펙트 시리즈의 핵심 스포가 있습니다.)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와 매스 이펙트 시리즈의 핵심 스포가 있습니다.)


패트릭 위크스 씨

 

BioFan Interview | Patrick Weekes [BioWare Lead Writer for Dragon Age]


BioFan(이하 BF): 바이오웨어에 얼마나 오래 근무했나?

 

패트릭 위크스(이하 PW): 10년에서 11년째로 넘어가는 중이다. 다음 3월이면 11년째가 된다. 《제이드 엠파이어》 발매 직후에 바이오웨어에 입사했다.

 

BF비디오게임의 수석 작가 직무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PW수석 작가는 세 가지 중요한 책임을 져야 한다. 첫 번째는 다른 부서 앞에서 작가진을 대표하는 거다. '외교관'과 '대표 용사'의 중간 정도 역할이다. 물론 다 한배 탄 사이고, 원만하게 일하고 있고, 다 게임 잘 만들자고 그러는 일이긴 한데, 만일 작가진이 필요한 뭔가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수석 작가가 나서서 그 입장을 대변하고 싸워야 한다.

 

PW두 번째 일은 게임의 많은 부분을 작성하는 것이다. 무슨 당연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내가 우선적으로 하는 일은 게임의 큰 줄기들, 꼭 보고 지나가게 되는 부분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처럼 플레이어들의 이목이 크게 끌리는 부분들을 쓰는 것이다.

 

BF게임 스토리의 가장 쫀득한 부분 얘기다.

 

PW그렇다. 그건 수석 작가 몫이다. 마지막 세 번째 일은 팀원들의 멘토가 되는 거다. 수석 작가는 작업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알려주며, 작가들 스스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나 역시 전임 수석 작가들에게 여러 방식으로 도움을 받았다.

 

BF솔라스와 아이언 불, 콜 등의 캐릭터를 작업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PW좋은 질문이다. 그 세 동료 캐릭터를 내가 썼지 않나. 나는 캐릭터를 쓸 때 '시작은 어땠는가'와 '어떻게 끝났는가'를 염두에 둔다. 둘은 언제나 크게 다른데, 아주 어렴풋한 인상만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보통은 다른 데서 가지고 온다. 다른 어떤 캐릭터를 가져와서, 살짝 비틀어다 새것으로 바꿔 내는 거다. 시작은 항상 그렇게 하지만 끝에 가서는 독자적인 캐릭터가 된다.

 

PW솔라스의 경우에는 힘들었다. 본편만 플레이했을 때는 그 정체를 알아서는 안 되니까. "짠, 내가 공포의 늑대랍니다." 하고 내보일 수는 없잖은가. 그랬으면 긴장감이 팍 죽어버렸을 거다. 동시에 솔라스의 비밀만이 캐릭터의 주된 특징이 되게 하는 것도 피해야 했다. 사실 첫 구상에서는 그랬는데, 너무 별로였다. 당시에는 항상 "있죠, 내가 뭘 좀 아는데… 얘기는 안 해줄 겁니다." 하는 식의 인물이었다. 그런 녀석이랑 100여 시간을 함께해야 하는 건 그다지 재밌지 않다고 생각했다.

 

BF: 그건 그냥 못된 것 같다.

 

PW솔라스는 닥터 후에서 시작했다. 특정하자면 데이비드 테넌트가 연기한 닥터. 가끔 가면이 벗겨질 때면 고대의 존재임이 비친다는 점과 그 인간성이 어우러지는 걸 참 좋아했다. 연민과 인간성을 갖췄는데 실은 아주 오래된 존재라는 점. 그 구상에 성우 개러스 로이드 씨의 훌륭한 목소리가 입혀지니 솔라스를 어떻게 그릴지, 무엇을 표현할지 명확해졌다.

 

PW아이언 불은 애니메이션 《아처》에서 따왔다. H. 존 벤저민이 연기한 첩보원 캐릭터. 거기에 《벤처 브라더스》의 브록 샘슨이란 캐릭터를 합쳤다. 아주 육중하고, 건장하고, 무례한 말도 많이 하고, 사람들도 곧잘 두들겨 패는 캐릭터다. 그런데 두 캐릭터 모두 그렇게나 '남자 같은' 와중에도 가끔 의외의 면모를 보일 때가 있다. '와, 저런 것까지 알 줄은 몰랐는데', '아니, 저렇게 부드러운 면모도 있을 줄은 몰랐는데.' 하는. 그러면서도 사람을 의자로 때려죽이는 면모가 가려지지는 않는다. 아이언 불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아처
브록 샘슨

 

PW성우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 씨 목소리를 듣고 나니 아이언 불 목소리가 딱 그걸로 고착되더라. 그 분 아니면 안 될 수준으로 캐릭터를 잘 표현해 주셨다. 난 성우에 관해서는 정말 운이 좋다. 개러스 데이비드로이드,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 콜을 연기한 제임스 노턴 씨까지, 세 분 모두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해 캐릭터 형성에 나보다도 큰 몫을 했다.

 

BF그럼 콜은 어떤가?

 

PW콜의 경우에는 조금 더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콜은 여러 면에서 '고등학생 시절 패트릭'이다. 거기에 데이비드 게이더 씨 작품인 『드래곤 에이지: 분열(Asunder)』의 콜이 합쳐진 것과 같다. 처음 보고서 매우 뚜렷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콜은 어리고, 아직 자신을 알아가는 중이고, 아주 예민하다. 일반적인 사람의 행동거지에 무척 미숙하고, 진정 사람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 가르쳐줄 스승을 필요로 한다.

 

PW나는 스스로 자폐 스펙트럼이나 신경전형 스펙트럼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족 내력이 있다. 과잉행동이나 감정적으로 압도되는 것, 위축되고 혼자 일정 시간을 보낸 뒤에야 다시 현실과 접촉할 수 있다는 게 무엇인지 안다. 내게 존재하는 그런 면모들을 콜에게 이입했다. 아주 민감하고, 외부에서는 자극이 쏟아지는데 그걸 걸러줄 필터는 가지고 있지 않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세상 속에 덩그러니 있는 거다. 콜이 보이는 반응과 행동 뒤에는 그런 배경이 있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모두의 고통과 아픔을 그저 빨아들인 다음 부적절하게 내뱉거나 가끔 제 속에 틀어박히고 마는 것이다.

 

(아래 접은글에는 매스 이펙트 시리즈의 몇몇 캐릭터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검은칠을 해 두었습니다.)

더보기

BF침입자(Trespasser)〉의 아이언 불의 죽음과 관련된 전개는 어떻게 생각해낸 건가?

 

PW어려운 질문이다. 게임에서 캐릭터의 사망을 그리는 경우, 후속작에서의 등장에 제약을 걸어버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아예 못 내보낸단 말은 아니다. 《매스 이펙트》에서 애슐리나 케이댄이 죽는다고 하더라도, 《매스 이펙트 3》에서는 둘 다 분대원으로 등장하지 않나. 그렇지만 여러 변수가 중첩되는 경우에는 나중에 등장시키기가 훨씬 어렵다.

 

PW그래서 무척 오랜 시간 고민했다. 쿠나리 얘기를 하려니 작가진이 계속 '오락가락' 상태였다. 처음에는 〈침입자〉의 쿠나리를 일부 변절 집단으로 설정해서  아이언 불이 넘어갈 일 없게 하려고 했다. 한동안 그걸 말이 되게 하려고 애썼는데 너무 밋밋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파생집단의 파생집단의 파생집단과 싸우는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았다.

 

PW쿠나리는 우리(바이오웨어) 고유한 창작이니까, 구애받지 말고 쿠나리가 전쟁을 시작한단 얘길 하려거든 확실하게 밀어붙이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하자니, 아이언 불을 큔에서 빼 오지 않은 경우 아이언 불이 배신하는 것 외에 다른 결말을 낼 수가 없었다.

 

PW〈침입자〉 플롯을 그보다 훨씬 전에 알았더라면 달랐을지도 모르나, 나는 아이언 불과 관련된 그 선택이 마음에 든다. 플레이어에게 선택하게 했고, 그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즉각적으로 알 수 없다는 것이.

 

PW〈침입자〉 발매 후 반응을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많은 플레이어가 무척 놀라고 불만을 가지더라. "이럼 안 되지, 암만 내가 불을 큔에 충성하게 했다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러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대체 뭘 예상한 건데? 오직 큔에만 충성하라고 네가 떠밀었잖아" 하고 반박하기도 하고. 정말 그 길 외에는 방도가 없었다.

 

PW나도, 성우 프레디 씨도 기분이 좋지많은 않았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선택에 따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건 확실하게 죽음이 예정된 것보다 더 괴롭지 않나. 매스 이펙트 3에서 탈리, 모딘을 연기한 성우 역시 그랬다. 그렇지만 모두 납득해주었다. 그 결말이 이치에 맞는다면 어떤 때는 싫어도 밀고 나가야 한다.

 

BF분열(Asunder)』에서 묘사된 콜의 외모와 캐릭터가 《인퀴지션》의 콜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나?

 

PW나와 데이브는 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데이브는 『분열』을 끝내면서 콜을 위한 구상을 마련해두었고, 본래라면 《인퀴지션》의 콜도 거기에 훨씬 가까웠을 거다. 문제는 이게 본질적으로 데이브가 『분열』을 완결하면서 함께 끝났던 이야기라는 거였다. 이 이야기를 내가 다시 하는 건 『분열』의 열화된 되풀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 아이디어를 이리저리 굴려보면서 콜의 행보를 생각하는 과정을 거쳤다.

 

PW누군가에 의해 창조된 캐릭터를 이어받아 작업할 때엔 그런 고충이 따른다. 매스 이펙트 2의 탈리를 다룰 때도 그랬다. 매스 이펙트에서 탈리를 쓴 드루 카피신 씨가 내게 탈리의 동기와 목적에 관해 얘기해주었고, 그걸 바탕으로 후속작에서의 탈리 이야기를 이어갔다. 데이브 역시 마찬가지로 내게 콜의 동기를 말해준 뒤 앞일은 내 몫으로 돌려주었다.

 

BF[일부러 에둘러서] 그냥 물어보는 건데, 전에 보니 테다스 지도 북쪽 어디엔가 '솔라스'라고 적혀 있더라. 아는 거라도 있나.

 

PW마지막 컷신에서 거기 단검을 꽂았던 것 같기도 하다.

 

BF거긴 도시나 마을인가? 아니면 얄궂은 테다스 GPS 추적 시스템인가?

 

PW지도에 표시가 되어있다면 마을이나 도시인 아니겠나. 테빈터는 커다란 제국이니 도시도 셀 수 없이 많다. 중요한 곳이 아니라면 굳이 지도에 표시하지 않았을 거다. 테빈터에 관해서는… 솔라스와 도리안을 함께 데리고 다닌 적 있나?

 

BF아마 그랬을 거다. 이참에 고백하는데 난 심문관을 13명 만들었다.

 

PW그중에 한 번은 마법사 파티를 꾸린 적이 있었겠지. 솔라스와 도리안 사이의 대화는 흥미롭다. 도리안은 자꾸만 테빈터 마법을 솔라스에게 보여주려 한다. "이봐 당신 마법이랑 영계 좋아하지, 이거 테빈터식인데 어때, 멋지지!" 도리안이 그럴 때마다 솔라스는 이러고 쳐다보고… 대화니까 쳐다보는 건 아니지만, 무슨 말인지 알잖나.

 

BF눈으로 욕하는 거.

 

PW쳐다보면서 이러지. '그거 사실 엘프 건데. 너네가 훔쳐 간 거지. 뭐 할 말 없냐…' 테빈터는 엘프가 남긴 잔해에 인간이 자기 모습만 덧씌운 것에 가깝다. 그러니 테빈터 지명에 엘프어로 '오만'을 의미하는 '솔라스'가 있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밖에도 테빈터에는 엘프어 지명이 있을 텐데, 그게 우리 거지꼴 엘프(솔라스)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차기작에 달렸다.

 

BF: 매스 이펙트'모딘 솔러스'와 '솔라스'의 작명 간에 상관관계가 있나?

 

PW그냥 묘한 우연일 것이다. 그 이름은 내가 고른 게 아니라, 훨씬 전에 "'오만'을 의미하는 엘프어 단어로 하자" 하고 덜컥 정했던 거다. 마침 그게 모딘의 이름과도 비슷했던 거고. 그러고 어쩌다 보니 내가 솔라스 담당 작가가 됐다.

 

BF: 《인퀴지션》 본편의 엔드크레딧 쿠키에 대해 조금 더 알려줄 수 있나. 솔라스와 플레메스가 등장한 그 장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 건가.

 

PW이건 얘기해줄 수 없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번 보고, 〈침입자〉에서 솔라스와 얘기를 마치고 다시 보면 보이는 게 더 많을 거란 것밖에.

 

BF메이배리스 틸라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PW메이 좋아하고, 멋진 캐릭터라 생각한다. 도리안과 마찬가지로, 메이는 테빈터인이라고 다 한통속은 아니란 걸 보여주는 인물이다. 데이브가 훌륭한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만들었다. 트랜스젠더이면서 그 소수자성에만 매몰되지 않았다. 강력한 마법사인 한편으로, 매지스티리움에서의 자기 지위를 보전하고 권력을 쥐는 데엔 잔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인은 아니다. 게임이든 미디어 믹스든 후일 이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싶다.

 

 

Maevaris Tilani. 《인퀴지션》에도 가끔씩 언급되는 트랜스여성 캐릭터입니다.

 

BF언젠가 바이오웨어 게임에서 트랜스젠더 캐릭터와의 연애요소를 볼 수도 있을까?

 

PW물론이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러려면 두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일단 그걸 존중과 공감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제시할 수 있으려면 철저하게 배워야 한다. 크렘을 작업할 때는 비공개 테스팅에서 초안을 트랜스, 젠더퀴어, 인터섹스 당사자인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시스젠더 백인 남자인 내가 엉터리로 썼던 많은 부분에 대해 건전한 피드백을 받았고, 고맙게도 그걸 바탕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뒤에도 여전히 문제점을 지적해주는 팬들이 있다.

 

PW그러니 이런 안건은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고 싶다. 크렘을 작업할 때 그랬듯이, 이럴 때는 소요되는 시간과 작업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다른 하나는 이런 요소를 아무 맥락 없이 집어넣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차기작에 들어갈 트랜스젠더 로맨스가 '트랜스젠더 로맨스'인 것에만 천착할 수는 없다. 가령 탈리 로맨스는 '수줍고 어색한 짝사랑 로맨스' 였지, '쿼리언 로맨스'가 아니었다. 개러스 로맨스 역시 '우정에 기반한 로맨스'였다. 반드시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트랜스젠더 로맨스니까' 여서는 안 된다. 정체성 외에 사람을 이루는 흥미로운 감정들에 대해서도 빼놓고 싶지 않다.

 

BF콜이 《인퀴지션》의 연애 가능 캐릭터에서 왜 제외되었는지, 그리고 그랬는데도 침입자에서는 다른 캐릭터와 연애하게 된 배경에 대해 듣고 싶다.

 

PW: 《인퀴지션》에서 콜은 아직도 인간의 마음에 대해 익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인퀴지션》에는 이미 로맨스 가능 캐릭터가 많았고, 더는 추가할 여력이 모자랐다. 또한 콜을 연애 대상으로 놓는 건 너무 부적절하기도 했다. 신체는 몰라도 마음은 너무 어리고 미숙한 인물이다. 심문관과 콜이 연애하면 심문관조차 그 관계의 성격을 제대로 모르게 될 것 같았다.

 

PW사실 본편의 에필로그에서 힌트를 두었는데, 콜이 사람에 가까워진 시나리오에서라면 콜은 이성의 관심을 받고 떨떠름해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침입자에서는 2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콜은 그제야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순수하게 시도해볼 생각이 들었던 거다. 이 역할이 심문관에게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그랬다간 지나치게 아무렇게나 덧댄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린 침입자가 매우 훌륭한 결말이라 생각하고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거기 괜한 군더더기를 붙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래봤자 얼마 안 있으면 게임이 끝나지 않나. 첫키스 하고 곧바로 완결인 꼴이다.

 

BF솔라스의 늑대 턱뼈 목걸이는 어떤가. 무슨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건가, 아니면 정체를 알려주는 복선이었나?

 

PW원화가 닉 손보로 씨의 아이디어였다. 원화가와 시나리오 라이터는 둘 다 '대놓고 숨기는' 데 능한 사람들이다. 1회차 때는 그걸 보고서 '거지꼴 이단 엘프가 하고 다닐만한 물건이네' 싶을 거다. 주술적인 의미의 부적이던가, 워낙 없이 살아서 저게 멋이라고 생각해 주웠나보다 싶겠지. 그러다가 2회차에 와서 '이것들이 진짜!' 하는 거다.

 

BF: '어떻게 저걸 못 봤지? 내내 하고 다녔었네!' 하게 되지.

 

 

솔라스의 목걸이

 

BF지난 작품의 요소를 차기작에서 개선하고자 할 때면, 어떤 방식의 피드백이 가장 건설적이라고 생각되나?

 

PW좋은 질문이다. 제작진은 많은 걸 찾아보는데,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컨벤션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의견들이다. 프로듀서 중에 한 사람이 발견한 서브레딧도 있다. 제목이 '드래곤 에이지 차기작에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었다. 그걸 보고서 무척 흥미롭다 생각했다.

 

PW내가 모든 개발자를 대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단순한 좋고 싫다는 의향 표시보다 '왜' 좋고 '왜' 싫었는지 말해주는 거라 본다. 차기작에서도 같은 캐릭터를 다루진 않을 것 아닌가. 누군가 '지젤 신모는 맘에 안 들어요'라고 해도, 차기작에 지젤 신모에 관해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어쩔 줄을 모르게 된다. 그 대신에 '지젤 신모는 너무 단조롭다'라거나, '입체적이질 못하다'라거나,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으로 기울기만 해서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해주면 그제야 얘기가 통하는 것 같다.

 

BF그래야 고칠 점을 알고 나중에 개선할 수 있으니까.

 

PW그렇다. 그러면 다른 캐릭터를 쓸 때 이전 캐릭터와 똑같은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해갈 수 있다.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피드백은 '유저 스토리'라 불리는 것들이다. 그게 작업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일 내가 작업할 때 쓰는 대화편집기에 요구하고 싶은 개선점이 있으면 난 요청란에 이렇게 쓸 거다. "유저 스토리: 작가로서 나는 클릭 두 번으로 쉽게 대사를 복사할 수 있다" 그러면 언젠가 프로그래머가 작업할 것들의 목록에 접수되는 거지.

 

PW팬들이 게임에 바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혈마법사로도 플레이하고 싶다.', '트렌스젠더 로맨스를 하고 싶다', '내가 속한 조직을 배신하는 플레이도 해보고 싶다' 그게 전부 실현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런 요구를 보면 개발진은 관심을 두게 된다. 그중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들 (혈마법사 얘기는 전작에 있던 요소여서 실제로 많이 듣는다.)은 확실히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BF솔라스가 우리 모르게 가명을 쓰고 활동한 적 있나?

 

PW이 질문은 넘어가야겠다. 분명 어느 시점에 그런 적도 있었을 테지만, 언제였는지는 말해줄 수가 없다.

 

BF좋다. 그럼 솔라스는 얼마나 오래 살았나?

 

PW이 질문도 넘어가야겠다. (웃음) 꽤 살았다.

 

BF솔라스도 고대 엘프 엄마와 고대 엘프 아빠가 서로 사랑해서 탄생한 결과물인가?

 

PW(웃음) 반드시 차기작에서 대답해주고 싶은 질문이다. 아닐 수도 있고.

 

BF팬으로부터 온 질문 중에 제일 내 맘에 드는 걸 물어보고 싶은데.

 

PW어서 부탁한다.

 

BF고룡 크기 너그와 너그 크기 고룡 중에 싸운다면 어느 쪽을 택하고 싶은가?

 

PW좋은 질문이다. 싸움에서 살아나오고 싶은 경우라면 당연히 용만 한 너그를 택하겠지. 몸집만 커졌다뿐이지 여전히 비늘 대신에 늘어진 피부 펄럭거리고 다니는 약한 짐승 아닌가. 너그 가죽 가지고는 엔드게임 방어구 못 만든다.

 

BF: 왜 내 최고급 너그가죽 엔드게임 방어구 무시하나.

 

PW미안하다. 어쨌거나 잘못하고 있는 거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아무튼 살고 싶다면 너그 쪽이다. 전투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밑에서 한 방 찌르면 대번에 살갗이 찢어져서 푸르죽죽한 내장이 쏟아져 내리겠지. 정말 역겹고 끔찍하고 불명예스럽다. 용만 한 너그 잡았다고 영광을 자축할 수는 없지 않나.

 

PW한편 너그만한 용은… 작다 해도 전쟁 노래가 울려 퍼지고 강력한 전사가 수백 마리 너그만한 용으로부터 다리를 사수하는 광경이 그려진다. 분명 조금씩 야금야금 뜯어먹히거나 뒤덮이거나 해서 고통스럽게 죽겠지. 그렇지만 내세에서 누릴 영광은 보장된다. 난 그쪽을 택하겠다.

 

BF콜에게 일어난 일은 연민의 영에겐 일반적인 건가, 아니면 두 번 다시 없을 특별한 경우인가?

 

PW특별한 경우다. 그렇지만 정말 두 번 다시 없으리라고는 못 하는데, 장막이 엷어지면 영이 건너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콜과 같은 연민의 영은 혼란에 빠지기가 더 쉽다. 큰 고난에 처한 사람을 애써 도우려 하고, 공감하고, 그러다 아예 그 사람으로 변해버리기까지 해버렸으니. 어찌 됐건 지극히 드물다뿐이지, 아예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일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BF마지막 질문이다. 《인퀴지션》에 관해서 꼭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어 전하지 못한 것이 있나?

 

PW조금 우스운 질문이다. 이번에 기회를 만들어줬지 않나. 좀 얼빠진 소리 같지만 지젤 신모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 이 캐릭터는 자주 언급되지 못하니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그저 '헤이븐에서 얘기하고 지나가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지만 난 플레이어들이 지젤 신모와 좀 더 많은 얘길 나눴으면 좋겠다. 지젤 신모가 없으면 《인퀴지션》은 믿음에 관해서 실컷 얘기하고서도 결국 마법과 강력한 마법사끼리 서로를 지져대는 일에 관한 이야기로만 귀결되고 만다. 지젤 신모는 합리적인 종교인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믿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PW많은 경우 신앙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도 쉽게 '지어낸 가짜'로 일단락된다. 물론 가상의 이야기가 맞기는 하지만, 믿음은 정말 사람을 선행으로 이끌 수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그 간단한 메시지를 간과한다. '신앙이 나쁘단 게 아니라 그냥 가짜라는 거지. 그거 없어도 착하게 살 수 있잖아' 해버리는 쪽이 편하니까. 나는 그러는 건 피하고 싶다. 가능성을 굳이 틀어막고 싶지 않다. 데이비드 게이더가 드래곤 에이지 프랜차이즈를 떠나고 내가 그 자리를 맡게 된 지금은, 창조주(Maker)가 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있다고 확정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 믿을 필요조차 없어지니까. 그렇지만 확고하게 없다고 해버리는 이야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PW지젤과 대화할 때는 '알겠는데 안 믿어요. 그게 무슨 소용이라고' 해버릴 수 있다. 지젤은 거기다 대고 '모르겠다'고만 하지 않는다. 그 지점이 재미있는 동시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텍스트 출처: Red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