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게임 《드래곤 에이지 2 》 중후반부의 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데이비드 게이더, 드래곤 에이지 2 출시 15주년을 돌아보다
쓱싹 만들어낸 밑그림은 어떻게 팬덤의 최애가 되었나
너무나 촉박해서 의심할 틈조차 없이 써내려가야 했던 이야기
TheGamer
Rhiannon Bevan | 2026년 3월 8일
드래곤 에이지 2가 오늘로 출시 15주년을 맞이했다. 많은 이가 이 게임을 바이오웨어의 판타지 RPG 시리즈가 서사의 정점에 다다른 순간으로 꼽는다. 수년에 걸친 마법사/성기사 전쟁의 서막을 열었고, 호크라는 플레이어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도 단연 훌륭한 동료 캐릭터들을 선보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애당초 예정에 존재하지 않았던 게임이기도 하다. 적어도 지금 같은 모습으로는.
드래곤 에이지의 창시자이자, 시리즈의 전(前) 선임 작가였던 데이비드 게이더가 영상 통화로 바이오웨어의 이 '결함 있는 걸작'을 함께 돌아보며 한 말이다.
“전부 뒤죽박죽이었어요.” 게이더가 설명한다. “저는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의 후속작 구상에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솔라스 관련 이야기라든가, 나중에 결국은 인퀴지션에 들어간 내용들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게이더의 기억에 따르면, 문제는 드래곤 에이지가 아니라 바이오웨어의 또 다른 프로젝트에 있었다. 바로 2011년 12월에 출시된 MMORPG 스타워즈: 구공화국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계속 지연되었고, EA는 바이오웨어가 한 회계연도 내내 아무 성과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원래 구상 중이던 드래곤 에이지 2는 보류되었고, 팀은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의 확장팩을 하나 더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게이더를 비롯한 작가진을 곤란한 처지에 빠뜨렸다.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여기서 뭘 하면 좋지?' 싶었죠. 앞으로 올 이야기의 복선을 깔아둘까, 이를테면 커크월을 향한 승임의 행군 같은 것을 준비해둘까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막 짜기 시작했을 때, 확장팩 규모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확장팩 수준의 일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후속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드래곤 에이지 2의 개발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많은 사랑을 받은 RPG의 후속작을 14~16개월의 크런치로 완성해야 하는 여정이었다. 이렇게 촉박한 일정이, 반복 재사용되는 던전 구조 같은 게임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이미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하면 그런 제약 속에서 이야기는 대체 어떻게 써낸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바이오웨어라는 팀 자체가 작은 게임을 만드는 법을 몰랐다는 겁니다.” 게이더가 인정한다. “우리는 큰 게임을 기준으로 계획했어요. 완전 신규 후속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 4개월 동안은 훨씬 규모가 클 거라 생각하고 작업했습니다.”
“회의실에 들어가야 했어요. 포스트잇으로 퀘스트를 전부 분류해둔 게 있었거든요. 메인 퀘스트, 사이드 퀘스트, 플레이어가 돌아다니면서 발견하는 퀘스트 등등. 거기서 절반을 뜯어내야 했습니다.”
대규모 오픈 월드 계획은 폐기됐다. 1막의 탐험 요소도 상당 부분 삭제되었고, 3막에서는 메인 스토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2006년부터 2023년까지 바이오웨어에서 일한 작가 메리 커비가 작업을 시작했던, 배릭과 카르타의 관계를 다루는 독립 스토리라인까지 통째로 삭제되었다.
그러나 드래곤 에이지 2가 이루어낸 것은 자유 대 안전이라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 그리고 테러리즘과 압제 해방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대한 탐구였다. 전쟁을 피해 가족의 새 삶을 일구려는 난민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았다. 특히 드래곤 에이지 커뮤니티에서는 그 주제와 도덕적 딜레마를 두고 여전히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현실 세계가 갈수록 이 이야기를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존 바이오웨어 공식을 내던지다
드래곤 에이지 2가 이토록 온갖 제약에 짓눌린, 그래서 오히려 흥미로운 가운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팀이 처음부터 시간이 정말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팀원 모두가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을 거친 베테랑이었어요.” 게이더가 회상한다. “초창기에 모두가 둘러앉은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검토할 시간이 거의 없을 거라고. 제가 여러분 작업을 검토할 수 있다면 다행이고, 다른 사람이 검토하는 건 꿈도 못 꿀 거라고요.”
그러니 여러분을 믿겠습니다. 이리저리 재는 건 두 번까지만 하고, 한 번에 컷합시다. 일단 컷하고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모두가 상황이 중대함을 알았습니다. 전원이 바람처럼 써냈어요. 전력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게이더는 이것이 역설적으로 팀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초고라는 게 정말 날것이거든요.” 게이더는 설명한다. “물론 안 좋은 부분도 많고 거친 모서리도 많죠. (중략) 모서리를 다듬기 시작하면 그게 좋은 방향일 수 있지만, 좋은 모서리까지 같이 깎여나가기도 해요. 그래서 DA2에는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날것의 스토리텔링이 많습니다.”
DA2에는 바이오웨어의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사항이 또 하나 있다. 역대 작품에는 이렇게 긴 시간적 배경에 걸쳐서 서사가 펼쳐지는 게임이 없었다. 그 이전까지 바이오웨어의 상징적인 게임들은 비슷한 이야기 패턴을 따랐다. KOTOR, 매스 이펙트,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에서 플레이어는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모으는 여정을 떠난다. 전쟁을 위한 동맹이든, 스타맵의 파편이든. 2막 끝 무렵에는 플레이어 캐릭터를 뒤흔드는 불쾌한 반전이 찾아오고 (매스 이펙트의 버마이어, 오리진의 대회합, KOTOR의 레반 정체 폭로), 그 후 힘을 모아 세계를 구한다.
게이더와 팀은 드래곤 에이지 2에서는 그 공식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꼭 거대한 악당이 있어야 할까?” 게이더는 자문했다. “위기가 항상 전 세계의 안위가 경각에 달린 수준이어야 하나? 좀 더 캐릭터 중심적으로, 살아남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까?”
그로써 리드 디자이너 마이크 레이들로와 기존 공식을 어떻게 실험할 수 있을지 논의가 시작되었다. “레이들로에게 말했어요. 플레이어의 자존심을 끊임없이 세워줘야 한다는 느낌이 좀 지겹다고요.” 게이더가 회상한다. “'당신은 세계 최고입니다. 당신은 운명에 선택받은 자입니다. 오직 당신만 우주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게 정말 필요한 걸까?”
“시간 흐름을 팍팍 건너뛰자는 아이디어를 낸 건 레이들로였어요. 1편과 2편 사이 시기를 다루되, 한 시점만 고르는 게 아니라 여러 시기를 넘나드는 건 어떠냐고요.”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은 대략 1년에 걸친 이야기다. 드래곤 에이지 2는 7년에 걸쳐 있다. 이 설정 덕분에 팀은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안타깝게도 실현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게 DA2의 전부였어요. 모든 것은 첫 밑그림 그대로 나갔습니다.
“결국 환경 변화 연출의 대부분을 잘라내야 했습니다. 커크월에 일어나는 변화도 그랬고요.” 게이더가 설명한다. “작업을 마칠 무렵에는 80퍼센트 정도 잘라냈을 겁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시간적 배경을 건너뛰는 것 자체를 하지 말자고 했을 거예요. 결국 내러티브에 방해되는 요소에 더 가까워졌으니까요.”
그렇다면 시간적 배경 건너뛰기가 방해가 된다는 걸 알고도 왜 다시 빼지 않았을까. 적절한 답이 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DA2의 전부였어요.” 게이더는 요약한다. “모든 것은 첫 밑그림 그대로 나갔습니다.”
안타깝게도 게이더는, 이러한 제약에서 비롯된 좋은 점들, 즉 흥미로운 구조와 더 밀착된 배경, 선택받은 자가 아닌 주인공 등이 인퀴지션에서 모두 버려졌다고 느낀다. 인퀴지션과 오리진의 서사적 유사성을 떠올리면 쉽게 동의할 수 있다.
참고: 게이더는 이것을 바이오웨어의 "부정적 피드백에 대한 과잉 반응" 탓으로 돌린다. 매스 이펙트가 안드로메다 이후 여전히 정체되어 있고, 베일가드가 개발 중 대폭 수정되었음에도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단 것, 앤섬이 출시되자마자 거의 즉시 폐기된 것을 보면 수긍이 간다. 그래도 다행히 이 모든 세월이 지난 지금, 커크월에는 확실히 팬들이 있다.
시계와 싸우며 호크를 만들다
탐구하고자 했던 주제에 대한 야심이 아무리 컸어도, 그걸 살리려면 다른 곳에서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팀은 잘 알고 있었다. 세 가지 플레이 가능 종족과 여섯 가지 배경을 제공했던 DA:O의 캐릭터 생성 시스템을 DA2에 구현하는 건 불가능했다.
“플레이어가 종족을 선택하게 하는 건 역량을 벗어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인간으로 고정했습니다.” 게이더가 회상한다. 그렇게 미리 정해진 배경을 가진 플레이어 캐릭터, 호크가 탄생했다. “그렇게 할 거라면, 아예 정해진 캐릭터로 만들자고 했어요. 확실하게 밀어붙이자고. 정해진 캐릭터의 장점은 온전한 배경을 부여하고 그걸 게임 내내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바이오웨어 공식(그리고 RPG 전반)의 또 다른 관례를 거스르는 것이기도 했다. 호크에게 온전히 구현된 가족을 부여한 것이다. 호크의 가족 이야기는 오늘날도 서사적 가치가 풍부하다고 회자된다. 이 역시 DA2가 없는 살림에서 보물을 만들어낸 사례다. 맬컴은 좋은 아버지였을까? 리앤드라는 좋은 어머니일까? 호크는 지나치게 일찍 부모 역할을 떠맡은 것일까? 이것이야말로 게이더가 구상한 바였다. 호크가 사실상의 대리 부모가 되는 것.
그렇다면 호크 가족이 난민이어서 커크월에서 편견에 직면한다는 점은? 게이더는 집필 과정에서 그 부분에 크게 주목하지는 않았다고 인정한다. “지금 DA2를 만든다면, 거기에 훨씬 더 집중할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도시에서 가족의 입지가 훨씬 더 불안정하게 느껴지도록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그 가족이 실제로는 평온했던 건 아니다. 게이더는 어머니 리앤드라의 끔찍한 죽음이 최종 버전에서 거의 잘릴 뻔했다고 회상한다.
리앤드라의 죽음을 둘러싼 세부 사항을 고민하던 중, 게이더는 건성으로 하나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게 마지막까지 그대로 남았다. 리앤드라가 연쇄 살인마의 희생자가 되는 전개. 그 살인마는 죽은 아내를 재현하기 위해 여성들을 살해하고 신체 부위를 모아 꿰맞추는 자였다.
결국 이 설정이 게임에 남은 것은, 게이더가 누군가에게 써보라고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디어를 갖고 갔으면서도 저는 '아니야, 이건 안 돼요.' 했거든요.” 게이더가 웃는다. “근데 셰릴 치(작가)가 좋아했어요. 구석에서 킬킬거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해보고 싶으면 해봐요, 근데 너무 끔찍해서 못 쓸 거라고 장담합니다.”
그 도전은 성공했다. 게이더도 마음에 들었다.
“셰릴이 다 쓴 걸 보고, 아, 큰일이다, 이거 정말 좋은데, 했어요. 호크의 인생사에 딱 맞을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새로운 (그리고 돌아온) 동료 캐릭터 만들기
바이오웨어에게 동료 캐릭터란 단순히 전투를 돕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그리고 때로는 그 캐릭터 자체에 플레이어가 사랑에 빠지기 위해 존재한다. “판타지 국가나 판타지 세계에 플레이어가 애착을 갖게 만들기는 매우 어렵지만, 사람에게 애착을 갖게 하기는 쉽습니다.” 게이더가 설명한다. “동료 캐릭터는 저희에게 그런 존재였어요. 플레이어를 플롯에 몰입시키는 여섯 가지 통로.”
하지만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수정할 기회도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리진 확장팩 어웨이크닝에서 일부 동료를 데려오고 싶어서 앤더스, '정의', 벨라나를 검토했다. 놀랍게도, 게이더의 기억에 따르면 앤더스가 벨라나의 대체자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벨라나가 메릴의 자리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즉 두 캐릭터가 '정의'의 숙주 자리를 놓고 경쟁한 것은 아니었다.
“게임에 '정의'를 데려오는 건 나중에야 나온 이야기였어요.” 게이더가 밝힌다. “처음에는 그냥 앤더스를 데려오는 거였지, '정의'의 숙주가 된 앤더스가 아니었습니다.”
벨라나의 경우, 어웨이크닝에서 플레이어들이 좋아하는 건지 별로인 건지 너무 미적지근했으므로 제외되었다. “그 정도면 깊이가 없다는 뜻이거든요.” 그가 말한다. “벨라나를 데려와서 저스티스의 숙주로 만드는 것보다, 차라리 새 캐릭터를 만들어서 숙주로 삼는 게 나았죠.”
결국 벨라나는 탈락했다. 게이더도 더 이상 앤더스를 담당하지 않게 되었고, 그 임무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바이오웨어에 재직한 제니퍼 헤플러에게 넘어갔다. 대신 게이더는 펜리스를 집필했다. 지금까지도 단독으로 인상적인 팬덤을 유지하고 있는 인기 전사 캐릭터다.
여기서 또다시 날것의 스토리텔링이 빛을 발한다. 시간에 쫓기며 써낸 펜리스는 자유, 트라우마, 증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펜리스는 테빈터 출신의 전직 노예다. 테빈터는 테다스에서 유일하게 마법사가 갇혀 억압받지 않고 오히려 나라를 지배하는 곳이다. 이 배경 때문에 펜리스는 처음 만날 때 마법사의 독립에 격렬히 반대하며, 협회를 무너뜨리려는 앤더스와 끊임없이 대립한다. 급하게 조합된 것이었음에도, 이 갈등은 드래곤 에이지 2의 중심이 되었고, 게이더가 탐구하고 싶었던 또 다른 디자인 철학으로 이어졌다.
(거의) 모든 캐릭터를 양성애자로 만들다, 그리고 양쪽에서 받은 비난
게이더는 게임 내 모든 로맨스 대상이 양성애자인 것이 시간 제약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더 많은 로맨스 대상을 만들 시간이 없었기에, 기존 캐릭터들이 "이중 역할"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렇긴 해도, 각 캐릭터가 진정성 있는 퀴어 캐릭터로 느껴지도록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어느 정도 섬세하게 다른 관계를 갖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이사벨라와 앤더스는 더 개방적으로 들이대는 반면, 메릴과 펜리스는 상당히 내성적이다. 호크의 성별에 따른 차이도 있었는데, 결과는 엇갈렸다.
“두 남성 사이의 로맨스가 남녀 간의 로맨스와 전개 방식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남성이 여성에게 말하는 방식 같은 것 말이죠.” 게이더가 말한다.
“일부 플레이어는 이 점을 정말 싫어했어요. 이건 제니퍼(헤플러)의 판단이었는데, 제니퍼는 앤더스가 여성 앞에서 만나자마자 과거에 잤던 남자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을 거라고 본 거예요. 특히 좀 흥미롭다고 느끼는, 어쩌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여성 앞에서는요.” 게이더가 이어간다. “하지만 상대가 남자라면, 칼(앤더스의 전 연인)을 언급하는 것이 '나는 남자도 괜찮아'라는 힌트를 슬쩍 던지는 방법이 되죠.”
“일부 플레이어들이 정말 화가 나서, '그럼 여성 주인공이랑 엮이면 앤더스는 그때만 이성애자가 된다는 거냐?'라고 했어요. 그건 저희 의도가 아닙니다.” 게이더가 설명한다. “저희는 캐릭터들이 양성애자임을 염두에 놓고 캐릭터를 구상했습니다. 다들 공식적으로 양성애자입니다. 다만 누군가는 다른 이보다 더 개방적일 뿐이에요.”
하지만 앤더스의 집필은 또 다른 전선에서도 공격받았다. 퀴어 캐릭터, 특히 퀴어 남성이 자신에게 들이대는 것을 원치 않는 이들로부터. “이때가 게이머게이트, 그 첫 번째 물결 즈음이었어요.”
남성 호크가 앤더스의 접근을 거부하면, 약간의 대립 포인트를 얻게 된다. 게이더는 이것이 게임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고, 빠른 작업 속도 때문에 미처 신경 쓰지 못했을 거라고 인정하지만 일부 플레이어의 반발은 거셌다.
“일부 남성 플레이어들은 앤더스가 자기를 싫어하지 않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같이 자야 했다고 느꼈고, 그래서 항의했어요. 저는 말했죠. '바에 가본 적 있는 모든 여성의 마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참고: 방 안의 이성애자 코끼리에 대해 말하자면, 게이더는 DLC 동료 서배스티언이 왜 유일하게 양성애자가 아닌 로맨스 대상인지 모른다고 한다. 서배스티언은 개발 매우 후반에 투입되어 게이더가 집필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으며, 역시 제니퍼 헤플러가 담당했다.
거대한 악당이 아닌 거대한 악당 쓰기
주요한 차이점이 많지만, 드래곤 에이지 2가 오리진에서 계승한 것도 적지 않다. 가장 좋은 예는 빌런의 원형, 혹은 적어도 당시 작가진이 추구했던 빌런의 유형이다. DA:O의 로게인은 DA2의 메러디스와 앤더스가 그러하듯 소름끼치도록 인간적인 적이지만, 그때도 많은 내용이 편집실 바닥에 남았다.
“오리진에서는 데너림에 도착한 후의 내용 중에 잘린 게 있었어요. 로게인이 누구이고 왜 그런 일을 했는지 훨씬 더 깊이 보여주는 플롯 하나가 통째로 있었습니다.” 게이더가 설명한다.
이 내용은 로게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회합' 이벤트 이전에 전개될 예정이었다. 결국 대부분 잘렸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부분은 로게인을 동료로 영입할 수 있는 선택지뿐이었다. 나머지 집필 내용은 오리진 연계 소설 《빼앗긴 왕좌》에 활용되었다.
참고: 꼭 읽어보길 바란다.
하지만 이 경험은 게이더가 드래곤 에이지 2에서 더욱 논쟁적인 캐릭터들을 쓰는 데 준비가 되도록 해주었다. 앤더스, 펜리스, 메러디스, 아니면 커크월의 다른 누구 편에 서든 간에, 플레이어는 싫어도 결국에는 특정한 의견을 형성하지 않고 배길 수 없다.
“사람들이 제 캐릭터에 이렇다할 감상을 느끼지 않는다면, 전 제가 일을 제대로 못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이더가 말한다. “복잡한 캐릭터를 쓸 때 원하는 건 오직 하나, 그 캐릭터의 세계관을 제 머릿속에서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앤더스든 로게인이든, 저한테 말이 되면 됐다는 걸 아는 거예요.”
제 캐릭터를 미워한다고 해서 제 글이나 캐릭터에 대한 비난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시를 들어보자. 로게인은 국왕을 배신하고, 수백 명의 회색 감시자를 버려 죽게 하며, 심지어 자국민 일부가 노예로 팔려가는 것을 방치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것이 대재앙 와중에 외세의 도움에 기대려고 퍼렐던을 개방하는 것보다는 나은 차악이라 믿기 때문이다. 로게인이 몸소 맞서 싸웠던 올레이 강점기의 참상을 듣고 나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앤더스가 있다. 아마도 시리즈에서 가장 논쟁적인 캐릭터일 것이다. 앤더스는 플레이어 캐릭터를 배신하고, 게임 끝에서 커크월 성당을 폭파해 무르익어 가던 마법사/성기사 분쟁을 전면전으로 몰아가며, 미래가 얼마나 유혈 낭자하든 아랑곳하지 않고서 자유를 위해 싸울 기회를 주는 혁명의 불씨를 지핀다. 불편하지만, 기존의 현상 유지도 마찬가지로 불편했다.
적어도 앤더스 팬인 필자의 해석은 그렇다. 다른 플레이어라면, 무고한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세계를 멸망시킬 잠재력을 가진 마법적 존재를 풀어놓는 그런 폭발적인 행동은 좋게 봐줘도 무모하며, 최악의 경우 살인 행위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야말로 핵심이다.
“그런 합당한 논거를 사람들은 찢어발기고 싶어하든가 아니면 찬동하고 싶을 겁니다. 근데 어느 쪽이든 괜찮아요.” 게이더가 말한다. “그게 요점이었으니까요. 제 캐릭터를 미워한다고 해서 제 글이나 캐릭터에 대한 비난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는 앤더스란 캐릭터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게이더는 플레이어에게 테러리스트를 옹호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많은 플레이어가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게 놀라웠는지 물었다.
“아뇨. 왜냐하면 첫째, 로맨스 대상이니까. 둘째, 남자니까.” 게이더가 주저 없이 답한다. “여성 캐릭터는 팬덤에서 항상 남성 캐릭터보다 훨씬 가혹한 대우를 받아요. 그래서 우리 팀은 들어갈 때부터 알았습니다. 앤더스는 남자니까 훨씬 너그럽게 받아들여질 거라고.”
의도는 처음부터 플레이어를 멈춰 세우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게이더는 이것을 테러 행위로, 어쩌면 죽음을 선고해 마땅한 범죄로 보게 하되 궁극적으로는 판단을 플레이어의 손에 맡기고 싶었다.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의 대회합 장면에서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자기 성찰을 이끌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게이더는 여러 플레이어가 알리스터의 의사에 반해서 그를 국왕으로 만든 것을 짚었다. 플레이어 다수는 감시자의 그 행위가 이기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변호할 뿐, 도덕적 함의를 직시하지 않았다고 느꼈기에 앤더스의 행동에는 변명의 여지를 더 줄이고 싶었다.
참고: 알리스터나 아노라 중 한 사람을 퍼렐던의 통치자로 만드는 결정에 대한 찬반 논쟁을 모두 실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그렇다고 앤더스를 옹호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앤더스를 옹호할 이유는 많아요. 특히 3막의 메러디스를 놓고 이야기한다면요.” 게이더는 말한다. “메러디스는 완전히 미쳐 있고, 성가회도 메러디스를 제지하지 않아요. 마음껏 날뛰도록 방치되었죠. 누군가는 뭐라도 해야 했던 거예요.”
드래곤 에이지 2에서 이러한 갈등을 쓰면서 게이더를 놀라게 한 것이 하나 있다. 플레이어들이 점점 더 게이더 자신의 견해는 어떠한지 알고 싶어 했다는 점이다. 게이더는 이를 "작가의 죽음의 느린 죽음"이라고 부른다.
“드래곤 에이지 2 즈음부터 정말 두드러지기 시작했어요.” 그가 말한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제 의도를 읽으려 했습니다. 이 캐릭터를 쓸 때 작가로서 무엇을 의도했는지, 어떤 반응을 원했는지, 어떤 논리를 넣었는지. 그리고 제 의도를 파악했다고 판단하면, 자기 해석을 두고 저한테 책임을 물었어요.”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때는 반응이 훨씬 달랐다고 느꼈어요. 그 이후로 이상한 변화가 있었는데, 캐릭터가 나쁜 일을 하면, 작가인 제가 그 나쁜 일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식으로 보는 거예요.”
또 다른 경향은 게임 내 세력이 점점 현실 세계의 집단과 1:1로 대응되는 것으로 여겨졌다는 점이다. 분명 일정한 영향은 있다. 데일스 엘프는 문화적 제노사이드에 저항하는 억압받는 유목민이다. 하지만 게이더는 이들을 현실의 특정 대상에 직접 대응하려 한 적은 없었다.
그렇긴 해도 현실 세계의 사건이 집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안전 대 자유의 탐구는 9/11 이후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이며, 게이더도 서방 세계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만행을 정당화하는 것을 보며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동의한다. “우리가 떡밥을 던진 거죠.” 게이더가 자신의 집필에 대해 말한다. “다만 몇몇 사람이 그걸 어느 수준까지 확장시키는지 보는 건 흥미로웠어요.”
마법사, 성기사, 그리고 드래곤 에이지 2가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던 것
자연스럽게 대화는 드래곤 에이지 2의 핵심 갈등인 마법사 대 성기사로 이어진다. 팬덤의 시각으로 판단하건대, 다수는 모두가 앤더스 옹호자는 아닐지라도 마법사 편에 섰던 것 같다. 게이더가 오늘날까지 되돌아보는 지점이기도 하다.
“양쪽 모두가 타당한 논거로 뒷받침되게 하려고 했어요.” 그가 설명한다. “하지만 균형이 맞지 않았어요. 결국에는 성기사 쪽을 제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악랄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이것도 빠른 개발 일정이 원인이다. 예를 들어, 호크가 마법사라면 흉물로 변이하는 데 저항하는 퀘스트가 있을 예정이었다. 모든 마법사는 빙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내용이었지만, 시간 제약으로 삭제되었다.
하지만 성기사 쪽이 그렇게 보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수습할 수 없는 연쇄 반응 끝에 성기사 지도자가 미쳐버렸기 때문이다. 메러디스의 결말은 게이더가 본래 구상한 이야기가 아니었으며, 특이하게도 서사적 필요가 아니라 게임플레이적 필요에서 비롯되었다.
“변경이 필요했던 것 중 하나가 붉은 리륨의 도입이었어요. 초기 게임에는 없었거든요.” 게이더가 회상한다. “원래는 큰 전투가 두 개 있었어요. 메러디스와 싸우거나 올시노와 싸우거나. 하지만 메러디스 전투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메러디스가 유일한 최종 보스가 되었으니, 그 위치에 걸맞아야 했다. “전투 팀이 규모를 훨씬 키우고 싶어했고, 메러디스가 그냥 인간 성기사인 게 마음에 안 든다고 했어요.” 게이더가 설명한다. “초능력을 주고 싶어했고, 저는 추가적인 플롯을 이미 가지치기해버린 상태에서 급하게 밀어붙여야 했습니다. 전개를 가속하고 메러디스가 미쳐가는 이유를 더 많이 주어야 했어요. 후회했습니다. 메러디스가 미치는 순간, 메러디스의 논거도 무너졌으니까요.”
“나머지 팀을 도우려고 한 거였어요. 좋아요, 그럴싸한 능력을 줍시다. 하고, 능력이 존재하는 서사적 이유를 만들어보자고 했죠. 그것이 게임 결말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그때 깨달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제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멀리 나가버렸으니까요.”
메러디스가 미쳐서 플레이어의 선택과 무관하게 적으로 돌아설 운명이라면, 올시노의 마법사 측 역시 무언가를 감수해야 공평하게 느껴졌다. “올시노 편을 들었어도 올시노가 흉물로 변하는 장면을 억지로 넣을 수밖에 없었어요.” 게이더가 말한다. “그 대사를 쓰려고 앉아 있었는데, 대사 녹음이 바로 대기 중이었거든요. 생각했죠. '이건 정말 엉망이다. 말이 안 돼.' 초고밖에 못 쓰는 상황에서, 그 초고마저 무너져버린 거예요.”
참고: 게이더는 지금 와서 또 하나 바꾸고 싶은 것으로 일부 우정/대립 수치를 꼽았다. 앤더스가 들이댈 때 거절해도 대립 포인트가 쌓이지 않아야 했고, 앤더스는 펜리스를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노예제를 찬성하는 게 되지는 말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게이더는 마법사와 성기사 갈등을 정면으로 다룬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양측의 주장을 얼마나 잘 뒷받침했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처음 이 이야기에 들어갈 때부터 마법사와 성기사, 자유 대 안전에 관한 논쟁이 있으리란 점을 알았습니다.” 게이더는 말한다. “사람들은 이걸 자꾸 현실 세계의 논쟁에 대입하려 했지만, 현실의 사람들은 돌아다니다가 폭발하지 않죠.”
“좀 비인간화해버리는 일입니다만, 어떤 의미에서 이 논쟁은 마법사의 자결권보다는 총기 규제와 공통점이 많습니다.” 게이더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여러 가지 뉘앙스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우리도 그걸 알고서 의도적으로 논쟁을 창조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죠. 원래 그래야 하는 거예요, 예술을 보면 스스로 해석하는 게 맞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그 해석에 대해 우리에게 책임을 물었어요. 그건 좀 엉뚱한 발걸음을 딛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논쟁을 설정한 것을 비난할 수 있겠지만, 텍스트가 어느 한쪽을 지지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또한 DA2가 중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후회하지 않는다. 결국 양쪽 모두에 대해 충분히 정당한 불만이 있더라도, 마법사 아니면 성기사 편을 골라야 한다. 이 결정은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의 한 퀘스트를 되돌아보며 나온 것이다.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의 레드클리프 퀘스트에서, 플레이어는 어린 소년에게 빙의한 악마를 물리쳐야 한다. 선택지는 본질적으로 소년을 죽이거나 소년의 어머니를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협회탑 퀘스트를 먼저 완료했다면, 협회에 도움을 청해 이 딜레마를 완전히 회피할 수 있다. 최고의 결말이지만, 최악의 이야기다.
“객관적으로 우월한 선택지, 모든 것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선택지를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나머지 선택지는 무효화됩니다.” 게이더의 생각이다. “그래서 DA2에 최적의 선택지를 두고 싶지 않았어요. 최적의 선택지라면 평화를 협상하는 것이었겠죠. 조건을 아무리 까다롭게 만들어도, 플레이어들은 'X하고 Y하고 Z하면 돼'라고 공유할 거예요. 그걸 '진엔딩'으로 여기게 되죠.”
“제 취향으로는, 그걸 넣는다면 양쪽을 설득하려다 결국 모두와 싸우게 되는 전개로 갔을 거예요.” 그가 웃는다. “양쪽 다 돌아서버려서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거죠. 그거 정말 재밌었을 텐데.”
우리가 받은 드래곤 에이지 2를 돌아보기, 흠집까지 오롯이
드래곤 에이지 2를 작업한 바이오웨어 팀에게 후회가 많은 이유는 쉽게 이해된다. 한순간에는 장막을 찢어버리려는 고대 엘프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가, 별안간 몇 달 안에 확장팩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런데 그게 독립된 정규 타이틀이 된다. 일정은 추가로 주어지지 않는데. 아, 그리고 그 엘프 이야기는 안 된다. 장막 소재도 안 된다. 원래 배경으로 삼으려던 작중의 국가 근처에도 갈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받은 것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어제 출시된 것처럼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게임이다. 게이더의 말처럼, 그 상당 부분은 두려움 없는 태도 덕분이다. 비록 그 대담함이 일이 잘못되면 어쩌나 겁낼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었을지라도.
무균 처리된 미디어의 시대, 그리고 새로운 게이머게이트 물결에 맞서야 하는 시대. 웬놈의 양성애자 패거리 한무더기가 도시를 좌충우돌하다가 우연히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이야기는 RPG 팬들에게 계속 울림을 줄 것이다. 밑그림치고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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