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엄: 이곳저곳 돌아다녔네요. 힐리어스 말고 다른 곳에서도 미친 경험을 여럿 했을 것 같은데요.
드랙: 됐다, 꼬마야. 가서 다른 녀석한테나 귀찮게 굴어.
리엄: 이게 무슨? 나한테 왜 그래요?
드랙: 너 같은 인간은 수천 명은 넘게 봤다. 마치 자기는 절대 안 죽을 거라는 양 허세 부리는 거에 맞장구 칠 기분 아니야.
드랙: 너 몇 살이냐? 두 살은 먹었느냐? 나한테 말 걸고 싶으면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거라.
리엄: 나 두 살배기 어린애가 아니에요, 드랙. 알 만한 건 다 안다고요.
드랙: 난 1,400살이던가 몇 살이던가... 하여튼 그쯤 된다. 2년이든 20년이든 나한테는 마찬가지야.
리엄: "경험을 쌓은 거"랑 "아무것도 모르는 거"랑은 다르거든요.
드랙: 그래. 그저 젊은 놈들 특유의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기질이 적다는 것뿐이야.
드랙: 얘야, 분명 너도 한 가닥 하기야 하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그저 해골바가지로밖에 안 보인단다.
리엄: 요즘 좀 어때요, 할배?
드랙: 꽤 괜찮지. 발치에 칭얼거리는 강아지들이 좀 늘었다만. 너는?
리엄: 아직 죽지는 않았네요.
드랙: 그래? 계속 그렇게 가자고.
리엄: 이렇게 챙겨주는 줄 몰랐네요. 진짜로, 나한테는 신경 끈 줄 알았거든요.
드랙: 내가 젊었더라면 널 죽였을 게다. 그보다도 더 젊었을 때는 나도 꼭 너 같았고.
리엄: 나 아직 살아 있어요, 할배. 젊다고 항상 꼴사납게 죽는 건 아니거든요.
드랙: 말 조심하거라. "이만하면 괜찮지" 하다가 항상 큰 코 다치는 법이야.
드랙: 그리고 애시당초 끝이란 건 없어. 살다 보면 언젠가는 꼭 웬놈한테 불알 네 개를 다 붙들리기 마련이야.
리엄: 에고. 난 어때요? 내 "불알"은 두 개뿐인데.
드랙: 걱정 마라. 두 개면 움켜쥐기 어려우니까.
리엄: 뼈 장식은 누가 해주는 거예요?
드랙: 뭐시라?
리엄: "방어구에 뼈 치장을 좀 해야겠다" 싶은 날에는 누구한테 부탁하냐고요.
드랙: 뼈 만지는 놈.
리엄: 뼈 만지는 놈이요?
드랙: 뼈 만지는 놈이라고 했다.
리엄: 알았어요.
리엄: 모르다가 엘라아덴에서 일군 성과는 대단한 것 같아요.
드랙: 뭐냐, 넥서스 도움을 받지 않고도 그렇게 해서 놀랍다는 거냐?
리엄: 아뇨, 거긴 뭣도 없는 사막투성이잖아요. 그래서요.
드랙: 아, 그렇지. 그건 알아 줘야지.
리엄: 크로건 알이... 부화라고 해야 하나? 깨고 나오려면 얼마나 걸려요?
드랙: 며느리발톱이 얼마나 빨리 자라느냐에 따라 다르지. 생명의 의례인 게다. 자기 힘으로 박차고 나와야 해.
리엄: 며느리발톱으로요?
드랙: 그래. 알껍질을 깨고 나오면 발톱은 빠진다. 종종 그걸 간직하기도 해.
드랙: 우리 어머니께선 내 탯줄 매듭을 간직하셨지.
리엄: 혹시 그거 갖고 뾰족한 가시 달린 장갑이라도 만드셨어요? 그분 맘에 드는데요.
드랙: 네가 하는 놀이 재밌더구나, 애송아. 축구라고 그랬던가?
리엄: 그런 걸 신경 쓸 줄 몰랐는데요.
드랙: 안 좋아할 이유가 뭐 있나? 공차기 놀이 같이 단순한 건 좋아할 만 하지.
리엄: 그렇지만 트레셔모도 있고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걸 더 좋아할 거잖아요.
드랙: 그거야 뭐든 마찬가지고.
리엄: 켓에 관해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 놈들이 싫어져요.
드랙: 애송아, 늦어도 너무 늦구나.
드랙: 다른 조건이 똑같다고 치면, 100% 상태로 시작하는 쪽이 이기기 마련이야. 상대가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쳐야 한다고.
리엄: 증오를 품으려거든 제대로, 일찍 품어라. 그게 드랙의 현명한 조언이에요?
드랙: 그것도 있고, 근성도 가져야지.
리엄: 은퇴 계획 같은 거 있어요, 할배?
드랙: 어디 조용한 데 틀어박히기나 하겠지.
리엄: 에이, 그러지 말아요. 아직 팔팔하잖아요.
드랙: 숨는 건 나한테 안 맞아. 아직 켓이 잔뜩 남았으니까.
드랙: 구출 작전 수행할 거 더 없느냐?
리엄: 알아요, 안다고요. 엉망진창으로 망한 거.
드랙: 그렇기야 하다만, 재밌었다. 실험이나 유전자 도둑질 같은 걸 상대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해적 놈들한테 총을 갈기는 거였으니까.
드랙: 그런 기회가 있으면 날 꼭 끼워 다오.
리엄: 있잖아요, 드랙...
드랙: 답변은 "안 된다."는 거다.
리엄: 질문을 듣지도 않았잖아요.
드랙: 어차피 반반 확률인 거, 시간 아끼는 데 좋잖느냐.
드랙: (끙 하는 소리) 똑바로 펴져라, 이 망할 것아.
리엄: 있죠, 내가 그 다리 인공 보철 좀 손봐줄 수 있는데. 기능 향상할 수도 있어요.
드랙: 네가 실컷 뚝딱거릴 수 있게 너한테도 보철을 달아주리?
리엄: 됐어요. 그럼 실컷 절뚝거리면서 다녀요.
드랙: 라이더 머릿속에 있는 로봇이 께름칙하지도 않느냐? 너희 둘이 볼일 볼 때면 녀석도 다 보고 있는 거잖느냐.
리엄: 걱정 말아요. 내 핼멧은 Sn-50으로 도장되어 있거든요.
드랙: 그러면 효과가 있나?
리엄: 당연히 농담이죠, SAM은 그냥 기술일 뿐이에요. 나이 많은 거 티를 이렇게 내기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쉬는 거 방해하지는 않을 테니까.
리엄: 드랙은 우리 편이잖아요 다시 불러올 수 있는 크로건이 몇 명 쯤 돼요?
드랙: 나까지 포함해서 한 명. 얼추는.
리엄: 그렇지만 드랙은 이미 우리 팀원이잖아요.
드랙: 추방자를 포함해서, 크로건들은 이미 실패한 일에는 등을 돌린 지 오래야.
드랙: 우린 지금 우리 할 일 하느라고 바쁘단다, 애송아.
리엄: 추락선 잔해를 볼 때마다 기록하고 있어요. 이니셔티브 소속 사망자를 찾을 수 있게끔요.
드랙: 그보다는 산 사람한테 신경 쓰지 그러냐.
리엄: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한데, 사망자 수습하는 일도 같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드랙: 너희 사망자보다도 크로건이 대우를 못 받는 것 같아서 난 못마땅하거든.
리엄: 켓과 싸울 때 쓸만한 팁 같은 거 없어요?
드랙: 총을 맞추면 죽는다는 것만 알면 돼.
리엄: 난 놈들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드랙: 놈들은 널 죽이고 싶어 한다. 그거나 확실히 알지 그러냐.
리엄: 크로건 정착지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는 걸 아니까 기분이 좋네요.
드랙: 널 위한 곳이 아니야.
리엄: 어차피 우린 다 함께 가야 하는 신세잖아요.
드랙: 그간 있었던 일은 다 한 귀로 흘린 모양이군.
리엄: 드랙이라면 이런 것도 익숙하겠죠?
드랙: 나한테도 생경하긴 마찬가지야.
리엄: 난 드랙이 천 년에 달하는 경험을 쌓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드랙: 완전히 새로운 은하계 아니냐. 너랑 네 패스파인더가 정체를 알아내기를 바라야지.
리엄: 신 투창카에서 사고 일어났단 소식 들었어요? 대규모 난투가 있었다면서요?
드랙: 웬놈이 부족 지도자를 "제노페이지 떨거지"라 불렀거든. 신세대 놈들이 쓰는 욕이다.
드랙: "너 같은 허접이 살아남은 건 제노페이지가 다른 강건한 애들을 다 죽인 덕분"이라는 뜻으로 쓰는 게다.
리엄: 맙소사.
드랙: 빠루를 가지고 놈들의 이빨을 뽑았지. 쉽게 뽁 하고 빠지더구먼.
리엄: 드랙 같은 베테랑이 있으니까 뭐든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져요.
리엄: 전에 마주쳤던 용병단이 생각나네요. 어떤 흉터 난 투리언이 이끌던 거였는데.
드랙: 너 지금 나한테 무용담을 들려주려고 하는 거냐? 자세부터 틀려먹었어. 똑바로 앉아.
리엄: 됐어요,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요.
드랙: 경찰 같은 건 별 쓸모가 없지.
리엄: 무슨 말인지는 이해해요. 하지만 누군가는 평화를 유지해야 하잖아요. 나한테는 영 안 맞았지만.
드랙: 아아, 너희 경찰은 "평화를 유지"하는 모양이군? 하. 크로건 "사법부"는 그거랑은 천지 차이란다.
리엄: 넥서스 보존식량은 정말 맛이 끔찍해요. 사는 동안 다시는 먹고 싶지 않아.
드랙: 너희 건 무슨 맛이 있기라도 했나 보지?
리엄: 투리언들이 조우 전쟁 치르는 거 재밌게 구경했겠네요.
드랙: 무슨 전쟁? 미안하다, 애송아. 그게 인간들한테는 꽤 중요한 일이었다는 거 아는데, 눈 깜짝할 새에 끝나 버려서 말이다.
리엄: 할배 영상물 같은 거 찍지 않았어요? 분명 그랬을 텐데.
드랙: 어쩌다가 언놈의 전쟁 다큐멘터리에 스쳐 지나가듯 찍힌 적은 있는데, 크로건은 그런 거에 신경 쓸 여유가 없지.
드랙: 지구에서 가장 커다란 건 뭐냐? 가장 몸집이 큰 동물 말이다.
리엄: 공기중 산소 농도가 엄청 높았을 때에는 완전 큰 괴물들이 있었긴 했는데 지금은 다 멸종했고요. 내가 떠나왔을 때만 해도 아마 흰긴수염고래 아니었으려나?
드랙: 흰긴수염고래라. 싸워본 적 있느냐?
리엄: 아무렴요, 왜 없겠어요.
리엄: 여기 나와서 완전 고생이네. 등허리가 휘겠어.
드랙: 나는 저 옛날 스킬리언 버지에서 조종사의 목을 베려고 배태리언 정찰선에 몸을 던지면서 문자 그대로 등이 작살났었단다.
드랙: 잘 참고 버텨 보거라, 애송아.
드랙: 반사신경도 날렵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하구나. 누구한테 가르침을 받았지?
리엄: 몇 년간 경찰 노릇 했다고 그랬었잖아요.
드랙: 말도 안 되는 소리. 몸 놀리는 방법을 가르쳐 준 베테랑이 있었을 거 아니냐?
리엄: HUSTL의 친구들이죠. 그거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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