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Age: Inquisition》 동료 대사(banter) 번역
The Iron Bull―Varric Tethras
배릭: 있지, 나 아리쇽 만난 적 있는데.
아이언 불: 아아, 그 나이 많은 쪽? 뿔이 진짜 훌륭했지. 근데 새 아리쇽은 뿔이 아예 없어. 보통 그럼 뭔가 특별한 일을 하도록 타고났단 소린데.
배릭: 그쪽도 본 적 있어. 둘 사이 공통점이라곤 뭘 자꾸 불태우고 싶어 하는 것밖에 없더라.*
아이언 불: 그게 안타암** 핵심이지 뭐.
* 만화 《Dragon Age: Those Who Speak》에서 일어난 일을 말합니다. 배릭과 알리스터가 아리쇽이 된 오리진의 스텐을 만났지요.
** 안타암(antaam)은 쿠나리 삼두정을 이루는 체계 중 하나입니다. 아리쇽이 이끌며, 쿠나리의 군사를 담당합니다.
배릭: 너 벤하스라스라지? 쿠나리 첩보원 그거.
아이언 불: 오오, 들어봤나?
배릭: 나 커크월에서 오래 살았거든.
아이언 불: 재밌었겠군.
배릭: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배릭: 벤하스라스랑 마주쳤던 게 네가 처음이 아냐. 호크랑 나랑은 탈리스란 녀석하고 같이 도둑질한 적이 있거든.
아이언 불:설마 진짜 그랬으려고.
배릭: 아주 끝도 없이 사고를 치더라니까. 걔 몰라?
아이언 불: 야. 나도 언제 길바닥에서 드워프 하나 만난 적 있어. 짧뚱하고 성질 더럽던데. 이렇게 말하면 넌 누군지 알아들어?
배릭: 나 상인 길드원이거든. 아는 정도가 아니라 놈한테 받아야 할 로열이 열 닢이나 돼.
아이언 불: 어어, 그건… 그래. 탈리스란 녀석은 몰라. 미안.
배릭: 대체 네가 어떻게 첩자 노릇을 해?
아이언 불: 엄청 쉬운데. 싸움질 좀 하고, 술 마시고, 가끔 파 볼렌에 보고해주고.
배릭: 허, 숨어다니고, 계획 짜고, 은밀 행동 하는 건 다 어쨌어?
아이언 불: 그러고 다니면 첩보원인 거 순식간에 들켜. 술 마시고, 싸우고, 보고서 올리는 게 진짜 중요한 거지.
배릭: 이런. 너 진짜 사상 최악의 쿠나리, 아니면 최고의 쿠나리구나. 분간을 못 하겠어.
아이언 불: 아직도 내가 첩자처럼 은밀하게 뭐시기 하는 거 기다려?
배릭: 그 전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법의 드워프 보는 게 빠르겠다.
아이언 불: 그렇지! 왜냐면 자꾸 그러면 내가 네 친구 이사벨라에 관해서 물어봐야 하거든.
배릭: 이거 봐. 이러는데도 아직 날 멕이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니까! 가끔 너무 쿠나리같아서 골이 아파.
아이언 불의 개인 퀘스트에서 아이언 불 편에 선 경우
배릭: 이제 자유인, 탈바쇼스가 됐네.
아이언 불: 그렇고말고. 설마 이것도 위장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배릭: 난 네가 너희 사람들을 따를지, 네 사람을 따를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해.
아이언 불: 그렇지 뭐.
배릭: 옳은 선택을 한 거야.
아이언 불의 개인 퀘스트에서 쿠나리와 동맹한 경우
배릭: 당당한 쿠나리가 됐네. 자랑스럽겠어?
아이언 불: 그럭저럭. 이 동맹 맺은 게 딱히 탐탁지는 않아.
배릭: 나도 커크월에서 쿠나리는 질리도록 봤거든.
아이언 불: 이봐… 이번에는 도시에다 불 지르진 않을 거야.
배릭: 안 그래? 뭐 쿠나리가 믿음직하기는 하지. 쿠나리가 원하는 걸 가로막지 않는 한은.
아이언 불: 네 애인 공인이라면서.
배릭: 그게 왜…?
아이언 불: 제 손으로 직접… 무기를 만든다는 거지?
배릭: 다른 것도 이것저것 만들지…
아이언 불: 매력 있군.
아이언 불과 심문관이 연애하는 경우
배릭: 불. 너랑 심문관이랑 그렇단 말이지?
아이언 불: 암.
배릭: 조금만 흘려주면 좋겠는데. 다음번 책에 써먹게.
아이언 불: 미안. 그건 걔랑 나만을 위한 거야. 다른 사람은 못 끼워줘.
배릭: '몰아치는 폭풍으로부터 안전한 항구와도 같다?'
아이언 불: 에이 진짜, 자꾸 이상하게 몰아갈래.
아이언 불과 도리언이 연애하는 경우
배릭: 불. 너랑 도리언이랑 그렇단 말이지?
아이언 불: 암.
배릭: "터빈터와 쿠나리, 두 세계가 이들을 갈가리 찢으려 했다. 오직 사랑만이 그 둘을 잇고 있었다."
도리언: 당신이 참견할 일이 전혀 아닌 것 같소만, 배릭.
아이언 불: 좀 더 격한 표현 쓸 수 없어? '사랑'은 너무 간지럽단 말야.
도리언: 뭘 또 저 드워프를 거들고 있나.
배릭: '정욕'은 어때?
아이언 불: 그래, 그게 낫네. 사랑이라니까 온통 별빛 내리는 데서 수줍게 부끄럼 타고 앉은 것 같잖아. 침대보 움켜쥐느라 손끝이 아릴 정도인 건 정욕이라고 해야지.
도리언: 적어도 침대 기둥을 써주는 예의 정도는 갖출 수 있었잖아.
아이언 불: 어쭈, 깔리는 게 대든다. *
배릭: '정욕'으로 한다, 그럼.
* 원문은 "Hey, don't top from the bottom" 입니다. 'top from the bottom'은 "BDSM 커플이 평소의 돔-섭 관계를 역전해보지만, 여전히 주도권은 돔 쪽에 있는" 경우를 이르는 BDSM 은어라는데 어렵네요… top과 bottom은 그 자체로 남자 동성애자들의 성관계 시 포지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이언 불: 어이, 드워프들은 다 수염 기르지 않아? 못해도 콧수염이라도 있는 거 아니었어?
배릭: 난 딴 데서 충당해서 괜찮아.
아이언 불: 너 쇠뇌 솜씨 한번 죽여준다. 어떻게 맨 남들 엉덩이만 쳐다보는데도 그래?
배릭: 키 큰 자식들 세상에 살다 보면, 녀석들이 나 걸고 넘어지지 않게 할 길을 찾기 마련이야.
아이언 불: 엉덩이끼리 헷갈리진 않아?
배릭: 쪼꼬미*야, 그러게 되면 꼭 먼저 알려줄 테니까 마음 놔.
* 배릭이 아이언 불에게 붙인 별명 'Tiny'를 이렇게 옮겼습니다.
아이언 불: 네 책에 나오는 첩자들 얘기 다 틀렸어.
배릭: 진작 여기 와서 조언 좀 해주지 그랬냐.
아이언 불: 그 "푸른 고니가 한밤중에 난다" 어쩌고 하는 거 엉터리야. 대부분은 한 지점을 딱 정해놓고 거기다 정보를 놔두지. 뭐하러 만나냐.
배릭: 참 나... 그러면 대체 무슨 재미야?
아이언 불: 어후… 비현실적인 묘사를 넣으려거든 좀 다른 데다 하면 안 되겠어? 리륨 밀수업 같은 거에다가 말야.
아이언 불: 그건 그렇고, 배릭. 너 전투 장면은 되게 잘 쓰더라.
배릭: 이거 고마운데. 그렇게 봤다니 의외네. 그것도 별로 현실적이진 않은데.
아이언 불: 주인공이 사슬갑옷 입고 뒤로 공중제비를 도는 장면에서 좀 느끼긴 했어.
배릭: 안 거슬렸어?
아이언 불: 세헤론에 있을 때 내 배를 찌르려던 놈 위로 나동그라진 적이 있거든. 칼이 내 배때기 뚫고 등갈비 건드리면서 뚝 부러지는 게 느껴지더라고. 근데도 살아서 펄펄 뛰었지. 그러고서 놈 갑옷의 목 부분을 완전히 썰어 뜯었어. 시뻘겋게 될 때까지. 세상이 끔찍하단 건 진작 아는데 책에서까지 그럴 필요 없잖아.
배릭: 정말 말도 안 되는 무용담이네 그거.
배릭: 이봐 쪼꼬미. 내가 뭐 쏠 때는 앞에서 좀 비켜줄 수 있을까?
아이언 불: 그냥 네가 내 앞에 서지 그러냐. 난 무릎 밑으로 안 보인대도 나쁜 놈들 잡는 데엔 별문제 없거든.
아이언 불: 야 배릭, 내가 전에 부탁한 거 구했어?
배릭: 돌아가면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나저나 이거 구하느라 제법 애먹었단 건 알아둬.
아이언 불: 너희들은 이거 없이 어떻게 살아?
배릭: 솔직히 말하면 난 그게 뭐라고 이 난린가 싶은데, 근데 뭐 취향 문제니까…
아이언 불: 이제 뜨겁게 데운 우유랑 그 올레이 기모브* 조금만 있으면 돼. 같이 넣어서 먹게.
배릭: 이봐, 이 '코코아'란 걸로 뭘 해먹든 네 마음이긴 한데, 그걸 하나하나 다 얘기해줄 필요는 없거든.
* 기모브guimauve는 마시멜로를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아이언 불은 북부의 열대(테다스는 남반구이니)에서 왔단 걸 생각하면 귀엽게 웃긴 대사일뿐 아니라 문화와 관련된 설정을 드러내주는 것 같기도 해 재밌네요. ^^
배릭: 근데 왜 '아이언'이야? 무쇠는 부서지기 쉽잖아. 스틸(강철) 불 뭐 그렇게 부르지 그래.
아이언 불: '스틸 불'은 안티바 결투사가 벌써 채갔더라고. 버리디움 생각도 해봤는데 로메린에 그 이름 쓰는 스트리퍼가 둘이나 있대. 일란성 쌍둥이라나.
배릭: 으음… 실버라이트는?
아이언 불: 리알토에 있는 술집 이름.
배릭: (웃음) 무쇠밖에 안 남았던 거네.
아이언 불: 뭐어, 옷감 이름으로 해도 됐던 거지만, 그러면 엉뚱하게 알아듣기에 십상이잖아. *
* 둘이서 언급하는 금속들은 DAI의 제작 시스템에 쓰이는 것들입니다. '옷감'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 때문.
배릭: 궁금해 죽겠어. 쿠나리는 칼에 대체 왜 그리 집착하냐? *
아이언 불: 전사들만 그래. 벤하스라스는 도구 안 가려. 것보다 쇠뇌에 여자 이름 붙이는 자식이 뭔 소리야?
배릭: 허. 뼈 있는 지적이구먼.
* 당장 오리진의 스텐이 자기 검 아살라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죠… 드래곤 에이지 2의 3막에도 커크월에서 사망한 쿠나리의 칼을 모아다 돌려주는 사이드 퀘스트가 있습니다.
배릭: 이 큔이란 거 무슨 엄청난 비밀이라도 돼? 왜 내가 만나는 쿠나리마다 설명을 제대로 못 하는 거야?
아이언 불: 비밀 같은 거 아냐. 그냥 잠깐 얘기해서 설명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거라서 그렇지. "큔에 대해 얘기해달라"는 건 꼭 "세상 경제에 관해 얘기해라" 하는 거랑 비슷해. 많은 쿠나리들은 그냥 그럭저럭 살아가는 데 지장 없는 정도만 알아. 장님 드워프 용 만지는 꼴이지. 큰 그림을 아는 건 사제들뿐이야. 그 사람들은 평생을 그거 알아내는 데 바치는걸.
배릭: 뭐, 그럼 그 사람들 알아서 하게 둬야겠다.
아이언 불: 내가 지금 진짜 사무치게 필요한 게 뭔지 알아? 뿔 연고야. 여기선 구하기가 불가능이라니까.
배릭: 정말이야? 커크월에서는 그거 발에 차이는 상자마다 하나씩은 들어있었는데!
아이언 불: 진짜야? 지금 갖고 있어?
배릭: 아, 아니. 보통은 그냥 내다 버렸거든.
아이언 불: (투덜거리며) …뿔 가려운데… (계속 투덜거림)
아이언 불: 으아, 이거야말로 내가 사랑하는 싸움이라니까.
배릭: 정말?
아이언 불: 세해론에 있을 때는 맨날 등 뒤에 칼 꽂힐까 살피면서 살았어. 저 민간인 여자 알고 보면 터빈터놈들 첩자 아닐까? 아니면 그냥 두 세력 사이에 끼여서 겁에 질린 것뿐일까? 여기서는 나쁜 놈들이 아주 얼굴에다 써 붙이고 다니잖아. 훨씬 쉽지.
배릭: 음, 간단하기는 하지. 그렇기는 해.
아이언 불: 야 배릭, 나도 네 이야기에 쓸 거야?
배릭: 어떻게 안 그럴 수 있겠어?
아이언 불: 만일 그럴 거면, 내 근육 묘사 똑바로 해야 해. 이거 어쩌다 그냥 생긴 거 아니니까. 이렇게 만들려고 엄청나게 근력운동 한 거야. 꼭 '팽팽한', '터질 듯한' 같은 단어 써야 해. '터질 듯한'이 좋겠다.
배릭: 으음… "아이언 불의 배는 매 끼니때가 지나고 나면 잔뜩 팽팽해지고는 했다. 그는 웃옷을 거의 입지 않았는데, 배 때문에 꼭 실밥이 터질 듯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아이언 불: 나 상처받았다, 배릭. 진짜 상처받았어.
아이언 불: 있잖아, 배릭. 나 네가 쓴 거 읽었는데… 나쁜 놈들 다 어디서 나오는 거야?
배릭: 뭐 일부는 터빈터에서 오고 일부는 벤하스라스 첩자지… 근데 난 내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 사실은 악당이었다는 식의 얘기를 좋아해. 훌륭한 악당은 자신을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대신 선의를 지니고서,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지.
아이언 불: 알았어. 완전 심오한 거 알겠는데, 내 질문은 문자 그대로 '어디서' 오냐는 거였어. 네가 쓰는 건 다 어디 하늘에서 쿵 떨어져서 주인공이랑 부딪히는 식이더구먼.
배릭: 내가 원체 몇 가지는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는 걸 좋아해서.
배릭: 괜찮은 거야, 불? 아까 싸우고 난 뒤로 숨 쉬는 게 힘겨운 것 같은데.
아이언 불: (숨을 가쁘게 쉬면서) 폐 단련하는 거거든. 묵은 체액 빼는 거지. 큔에서 가르치는 거야.
배릭: 으응…
아이언 불: 야… 누구는 뒷전에서 여자친구 방아쇠나 뿅뿅 당겨도 되지만, 누구는 지금 계속 커다란 쇳덩어리 휘두른단 말야.
배릭: (웃음) 어이쿠.
아이언 불: 너무 정곡을 찔렀냐?
배릭: 아냐, 아냐… 그거 좋았어. 방금 그거 다음 책에 써먹을 수 있게 좀 다듬어야겠다.
아이언 불: 써도 되긴 한데, 내 대사야 그거. 나중에 참고자료란에 내 이름 안 빼먹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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